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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추진 의혹 또 불거져/ 대북사업가 권오홍씨 비망록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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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추진 의혹 또 불거져/ 대북사업가 권오홍씨 비망록 공개

입력
2007.03.26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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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가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측 당국자와 만난 사실이 확인되면서 비선 라인을 통한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혹이 재차 불거지게 됐다. 안씨의 대북 접촉을 주선한 당사자의 ‘비망록’ 공개, 소문으로만 떠돌던 대북 접촉설의 실체 등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번 논란의 발원지는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출신의 대북 사업가인 권오홍씨의 비망록이다. 지난해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같은 해 10월 9일 북핵 실험으로 남북간 대화 통로가 모두 단절됐던 시기를 기점으로 최근 이해찬 전 총리 방북까지의 과정이 일지 형식으로 기록돼 있다.

비망록에 따르면 권씨는 지난해 9월20일 북한 리호남 참사의 제안에 따라 안씨와 접촉해 같은 해 10월20일 베이징에서 안씨와 리 참사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그 자리에서 안씨가 특사 교환 및 정상회담 추진 의향을 거론하자 리 참사가 ‘확정 회담’을 거치자고 화답했다는 게 비망록 내용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이 한국의 일부 언론에 알려지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부담을 느낀 안씨는 이 전 총리의 특사 방북을 제안했고, 북측은 노 대통령의 또다른 측근인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의 평양 방문을 통해 이 전 총리의 특사 방북 문제를 논의하자고 역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은 11월26일 베이징을 방문해 북측에 1만두 규모의 돼지농장을 짓는 물자지원 방식으로 북측의 50만달러 요구를 수용했다. 당시 진행 과정은 청와대 이호철 국정상황실장에게 보고됐으며, 지난 7일 이 전 총리의 평양 방문도 이 같은 접촉의 연장선상에 있다.

물론 권씨의 비망록 내용을 그대로 신뢰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우리 정부의 3~5급 실무진에 해당하는 북한의 참사가 특사 방북이나 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했다는 점, 북측이 특사 방북의 대가로 50만 달러를 요구했고 이를 1만두 규모의 돼지농장으로 대체해 수용했다는 점 등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실제로 중국에 나와 있는 북측 참사급 관료들은 남측의 협력지원 사업을 할당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안씨의 해명에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안씨는 “대화 채널이 끊긴 상황에서 할 얘기가 있다고 해서 만났는데 대북 지원 재개 수준이어서 별로 할 얘기가 없었고 정상회담도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최측근이 이처럼 사전 준비 없이 가볍게 움직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신통한 제안을 듣지 못해 평양 방문 초청에도 응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대목을 보면 공식적인 대북 대화채널과 별개로 모종의 역할을 도모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안씨가 남북정상회담 추진의 비선 라인이었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러나 최소한 안씨와 북한 당국자의 접촉, 이 의원의 잦은 중국 방문, 이 전 총리의 갑작스런 평양 방문 등이 일정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더욱이 이들 3인이 모두 노 대통령의 측근들이고 일련의 과정이 청와대에 보고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정상회담 추진설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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