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내장재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62) 사장.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피땀 흘려 일군 회사를 아들에게 넘기려 해도 회사 가치의 절반 가량을 상속세로 내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은퇴와 동시에 사업을 접어야 하는지 번민하다 잠을 설칠 때도 많았다. 고민 끝에 A 사장이 문을 두드린 곳은 주거래은행의 기업승계 컨설팅 센터. A 사장은 그곳에서 기업 승계 전략을 잘 세우면 상속세를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얻고는 활력을 되찾았다.
26일 기업은행 컨설팅센터에 따르면 기업은행 거래 기업 중 최고경영자(CEO)가 60세 이상인 기업은 2002년 6,720개에서 2005년 1만182개로 3년 사이 51.5%나 증가했다.
또 최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327개 중소 제조업체 대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CEO의 은퇴 희망 연령은 64.6세로 나타났다. 이는 수년 내 기업 승계 문제가 경제ㆍ사회적 이슈가 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은 이 같은 문제 의식에서 출발, 주거래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승계에 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기은컨설팅센터 이혁주 차장은 "기업 승계는 최소 5년의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A 사장의 사례를 통해 현명한 기업 승계 '노하우'를 알아보자.
비상장 기업인 A 사장 소유 회사의 주식 가치를 세법상의 주식평가법에 따라 평가한 결과 총가치는 66억원 가량으로 산정됐다. 주식의 99.2%가 A 사장의 소유이기 때문에 이를 아들에게 일시에 상속하면 30억원이 넘는 부분에 대해 상속세율이 최고 50%가 적용된다. 또 아들이 최대 주주가 되기 때문에 여기에 할증률 15%가 추가 적용돼 약 30억원을 상속세로 내야 한다.
기업을 물려줄 때 합법적인 절세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세법상 인정되는 각종 손실금 규정을 활용해 기업의 주식가치를 절감하고, 사전에 주식을 아들에게 분할ㆍ증여함으로써 세금 누진 적용을 피하는 것이다.
우선 사내에 유보된 퇴직급여충당금을 사외에 적립함으로써 8억8,000만원의 절세가 가능했다. 이는 회사의 향후 경영 상태와 상관없이 직원들의 퇴직 후 안정성도 높아지는 것이어서 사원들의 사기에도 긍정적이다.
이어 연구개발, 해외시장 개척 등에 필요한 준비자금을 손실금으로 처리하고, 오래된 부실 채권도 조기에 상각했다. 이어 아들에게 물려줄 지분을 10억원 미만으로 분할 증여해 세율을 30%까지 낮췄다. 그 결과 추가로 4억2,000만원의 세금을 절감했고, 모두 13억원의 세금을 절약했다. 일시 상속하는 경우보다 43%나 절감한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컨설팅팀은 아들이 학업을 마치고 충분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때까지 회사에 적합한 전문 경영인을 소개해주고, 그에 적합한 평가ㆍ보상 시스템까지 마련해줘 65세에 은퇴해 사회봉사활동에 전념하려던 A 사장의 꿈을 실현해 주었다.
세무ㆍ경영 전문가 2명이 2주 동안 회사에 상주하며 만들어낸 이 모든 기업 승계 컨설팅에 청구된 비용은 200만원 내외에 불과했다. 기은 관계자는 "60대에 접어든 중소기업 오너라면 한번쯤 주거래은행의 기업 승계 컨설팅 프로그램을 활용해봄직하다"고 말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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