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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이란의 '인질'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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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이란의 '인질' 반격

입력
2007.03.2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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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미국 영국 이스라엘의 특수부대 요원이 이란 변경지역에 침투, 정찰과 공작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가 국제언론에 나돌았다.

핵 개발 논란을 둘러싸고 군사적 압력을 높이고 있는 미국과 서방이 본격 군사행동에 앞서 후방 교란을 꾀한다는 분석이었다. 최근에는 이란의 정예 혁명수비대가 공격 당하거나 지휘관이 실종되는 사건이 잇따라 서방측의 납치공작이 의심됐다.

이에 이란도 공개적으로 보복을 경고, 심상찮은 조짐을 보였다. 혁명수비대 기관지는 "푸른 눈의 미국 이스라엘 장교들을 붙잡아 싸움닭 먹이로 던져줄 것"이라고 위협했다.

■ 이란은 유럽에서 보복 표적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과, 가까운 이라크 주둔 미군이나 영국군을 노릴 것이라는 추측이 엇갈렸다. 이어 23일, 이란과 이라크의 경계인 샤트 알 아랍(Shatt al-Arab) 수로에서 혁명수비대가 영국 해군 특수임무용 고무보트 2척을 나포, 해군ㆍ해병 15명을 억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티그리스ㆍ유프라테스 강이 합류하는 수로 초입의 바스라 지역을 점령한 영국은 석유수출 길목의 테러 밀수 해적행위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미국 호주 해군과 함께 수로를 초계하고 있다.

■ 영국은 나포ㆍ억류된 보트와 병력이 이라크 수역에서 민간선박을 검색하던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은 이들이 수로 중앙 경계선을 넘어 이란 수역 깊숙한 곳에서 붙잡혔다고 일축했다. 서구 언론은 길이 200㎞ 수로의 경계가 불분명해 역사적으로 분쟁이 이어졌다고 강조한다.

일부에서는 지레 이란의 '해적 행위'를 비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004년 영국 특수부대 요원8명이 억류된 사건을 상기시켰다. 그 때도 논란이 있었으나 영국은 서둘러 국경 침범을 사과한 뒤 보트와 장비를 뺀 '포로'만 되돌려 받았다.

■ 이번에도 영국이 곤경에 처한 상황은 다르지 않다. 해병 특수부대 요원은 원래 적 후방 침투가 주임무인 만큼, 달리 길게 항변할 처지가 아니다. 또 국내 반전 여론이 높은 터라 자세를 낮추고 인질 구출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미국이 수로 밖 페르시아만에 2개 항모전단을 배치, 이란의 목을 죄고 있지만 이번 사태에 도움될 게 없다. 오히려 이란은 미국과 직접 맞서지 않고도 서방 전열을 흐트리고 전쟁 위기의 심각성을 서구 여론에 일깨웠다. 그래서 역시 '인질' 전략에 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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