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아이는 출산 의뢰자의 친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일본에서 나왔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23일 여성 탤런트인 무카이 아키(向井亞紀) 부부가 대리모출산을 통해 태어난 쌍둥이 자녀에 대해 관할구청이 출생신고서를 수리해 줄 것을 요구한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신의 난자를 제공한 경우에도 민법에서는 친자관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유전적인 연관이 있는 아이를 갖고 싶다는 진지한 희망과 다른 여성에 출산을 의뢰하는 것에 대한 사회 일반의 윤리적 감정을 토대로 한 신속한 입법적 대응이 강하게 요구된다”는 등 이례적인 주문을 붙였다. 아이를 갖고싶다는 부부의 절실한 심정에 대해 이해를 표시하면서도, 신분법의 질서를 보다 중시한 판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궁질환으로 임신이 불가능해지자 2003년 미국으로 건너가 대리모를 통해 쌍둥이를 얻은 무카이 부부는 귀국후 해당 구청에 출생신고서를 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2심에서는 “무카이 부부의 쌍둥이 아이가 이미 미국 네바다 주에서 혈연관계를 인정 받은 상황에서 친자관계를 인정받지 못하면 아이를 받아들이는 국가가 없어지는 상황이 계속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원고 승소 판결이 나왔지만, 최고법원에서 다시 뒤집어졌다.
이에 따라 무카이 부부가 구청에 제출한 출생신고서는 수리되지 못하게 됐다. 쌍둥이 아이들은 현재 미국적으로, 일본 거주를 위해 재류자격을 취득한 상황이다.
불임인 30대 딸을 위해 50대 어머니가 대신 아이를 낳아 준 사실이 밝혀지는 등 최근 대리모 출산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최고법원의 판결은 또다시 논쟁을 재연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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