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홍보처가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내 개헌의 필요성을 알리는 홍보물 85만부를 일부 신문에 끼워 배달했다. '개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입니다'라는 이 8쪽짜리 홍보물 제작과 배포에 2억 2,000만원을 썼다고 한다.
국정홍보처가 '정권 홍보'에 매달린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위법 논란까지 일고 있는 '개헌 홍보'에 세금을 낭비하는 지경에 이르고 보니, 사회 일각의 국정홍보처 무용론, 또는 폐지론이 공연하지 않다.
우리는 국정에 대한 국민 이해를 높여 정책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국정홍보처의 고유 업무라고 본다. 정부의 시책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출발점이고, 언론 보도나 국민 인식의 오해를 해명하는 것이 종착점이다.
'국정에 대한 국내외 홍보 및 정부 내 홍보업무 조정, 국정에 대한 여론수렴 및 정부 발표에 관한 사무 관장'을 목적으로 규정한 정부조직법 24조 2의 취지도 달리 새기기 어렵다.
그런데도 국정홍보처는 정권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언론 보도와 논평을 공격하는 데 줄곧 애써왔다. 이번 '개헌 홍보'도 그 연장선상에 있지만 고유 영역과 더욱 거리가 멀다.
권력구조나 정부조직의 특성 상 국정홍보처가 홍보할 '국정' 범위가 애매한 것은 사실이다. '국정'의 최고 담당자인 대통령의 행위에서 행정ㆍ정치 요소를 구분해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통령이 이미 정당에서 탈퇴해 정치중립을 강조했고, 국민 대다수가 개헌 논의의 정치성에 주목하는 현실에서 '개헌 홍보'는 더 이상 '국정 홍보'에 속하기 어렵다.
더욱이 앞서 국정홍보처와 몇몇 부처가 개헌 홍보용 이메일을 대량 발송한 것을 두고 시민단체가 국민투표법 위반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중앙선관위에 요청해 둔 상태다. 국민투표법 26조(운동 기간)에 어긋나는 '사전운동'이거나 28조(운동을 할 수 없는 자)가 금지한 '공무원의 운동'에 해당할 가능성은 크다.
이제 국정홍보처가 정권 홍보를 청와대에 맡기고, 중립ㆍ실용적 정책홍보에 힘써야 할 때가 됐다. 조직의 존재의미를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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