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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대만의 '문화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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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대만의 '문화혁명'

입력
2007.03.2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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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중국 지우기'가 한창이다. 23일에도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중국을 연상시키는 대만 공기업 '중국철강'의 이름을 바꿀 것을 지시했다.

지난 석 달간 건국의 주역 장제스(蔣介石) 전 총통의 동상이 내려지고, 국부(國父) 쑨원(孫文) 선생은 역사교과서에서 지워졌다. 공공기관 명칭도 줄줄이 바뀌었다. 새 역사교과서는 학생들에게 '대만은 우리나라, 중국은 외국'이라는 생각을 각인했다.

● 쑨원의 국부 칭호 박탈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새로운 문화혁명'이라고 불렀다. 중국의 문화혁명이 국민의 생각을 일거에 개조할 목적으로 추진됐다고 정의할 때 이코노미스트의 명명은 일면 타당하다. 중국 지우기도 국민의 역사관과 뿌리의식을 바꿔 대만이 중국과 완전히 분리된 독립국임을 선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행보 중 가장 상징적인 대목은 쑨원 선생 처리였다. 장제스 전 총통이야 원래부터 논란의 인물이었지만 쑨원은 다르다. 쑨원은 대만과 중국 양측에서 국부로 숭상돼온 정치적, 역사적 연결 고리였다.

중국은 쑨원을 혁명의 위대한 선구자로 평가하고 있으며, 종전 대만 역사 교과서는 그를 국부로 칭했다. 하지만 새 대만 교과서는 국부 칭호를 박탈했다. 이는 현대 중국과 현대 대만이 완전히 분리됐음을 상징한다.

모든 혁명이 그렇듯 문화혁명도 당대 짧은 시기로 국한되는 정치적 배경과 의도에서 출발한다. 마오쩌둥(毛澤東)은 대약진운동 실패 등으로 초래된 실권 위기를 군중운동으로 돌파하면서 문화혁명의 막을 올렸다.

중국 지우기도 총통 선거를 1년 앞둔 현 대만 정치상황에서 비롯됐다. 천 총통은 지난해 사위 부인 등 친인척 비리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면서 '식물 총통'으로 불렸다. 집권당인 민진당마저도 그에게 조기 퇴진압력을 가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해가 바뀌자마자 대만 독립 카드를 뺐다. 국호변경, 독립선언, 헌법개정, 독립추진 국민투표 등 4가지를 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4불(不) 공약을 철회한 것이다.

천 총통의 중국 지우기는 그의 집권기간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 평가, 국민 50~60%의 지지를 받는 야당 후보 마잉주(馬英九) 전 국민당 주석의 등장 등을 감안,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지지층의 결집을 위해 시작됐다는 게 대만 안팎의 평가이다.

그래서 민진당 지지층은 박수를 치고, 비 지지층은 그를 더욱 싫어하게 됐다. 가오슝(高雄)시 장제스 동상 철거 당시 빚어진 찬반 양측 간 물리적 충돌은 대만 사회 내 반목이 심각해졌음을 반증한다.

● 천 총통, 지지층 결집 노려

대만은 총통 선거 때마다 국민당 지지 북부, 민진당 지지 남부로 쪼개졌는데 이번 역사 새로 쓰기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홍콩의 한 칼럼니스트는 "갈등이 깊어지면 어쩌면 중국에 흡수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거창한 명분을 내걸어 갈등과 분란을 일으키면 정치적으로 당장 이로울 수 있겠지만 이는 분명 나라를 거는 위험한 도박이다.

이영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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