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일성 북한주석과 정상회담에 합의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김 주석의 서거로 정상회담이 물 건너간 뒤 조문파동이 일어났다. 이후 김영삼 정부는 정권 내내 주사파 색출의 광풍을 일으키며 공안정국을 주도했다.
그러던 중 김영삼 정부는 노동법과 안기부법 개악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이는 총파업을 불러와 김영삼 정부는 항복선언을 해야 했고 레임덕에 빠지고 만다. 그 결과 위기 관리의 실패로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국난이라는 외환위기를 초래하고 말았다.
● 갑작스런 탈당과 악어의 눈물
외환위기는 결국 사상 최초의 선거에 의한 여야 간의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했고 군사독재와 개발독재세력은 야당으로 변신해야 했다. 이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햇볕정책에 대해서 퍼주기라며 시비를 걸었다.
2002년 대선에서도 정권 탈환에 실패한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언동을 빌미 삼아 대통령을 탄핵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저항으로 역풍을 맞게 되고 대선자금 수사로 차떼기당이 되고 만다. 이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개혁 법안들을 좌초시켰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의 눈물을 보는 순간 머리를 스쳐 지나간 것은 앞에서 열거한 사건들이다.
김영삼 정권의 공안정국, 노동법 날치기 통과, 환란위기, 햇볕정책 시비, 탄핵, 차떼기당, 국가보안법 폐지안 반대라는 최소한 7번의 역사적 계기들을 손 전지사는 군사독재와 개발독재세력들과 함께 하며 탈당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사람이 갑자기 한나라당을 낡은 수구라고 비판하며 탈당을 하겠다니 웃음밖에 안 나온다.
또 그의 눈물을 진정성과는 거리가 먼 악어의 눈물이라고 일축해 버리지 않을 수 없다. 오죽했으면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보따리 장수같이 정치해서 되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겠는가?
물론 손 전지사가 경선에 패배한 뒤 탈당을 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인제 의원보다는 나은 편이다. 최소한, 반장선거에서 떨어진 뒤 반을 옮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반장선거 운동을 열심히 하다가 당선이 불가능하자 전학을 간 것으로, 말이 되지 않긴 마찬가지다.
그리고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정치학박사를 받고 정치학을 가르친 정치학자 출신은 이 의원과는 달라야 하는 것 아닌가. 탈당설에 대해 "내가 벽돌이냐"고 펄펄 뛰더니 결국 '손벽돌'이 되고 만 것이다. 안타깝고, 같은 정치학자라는 것이 창피하다. 그리고 앞으로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론을 어떻게 가르칠지 난감하다.
손 전지사가 추구할 것이라는 중도세력이라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최근의 중도 움직임과 관련해 고종석칼럼(2007년 2월 13일자)과 김영명 교수(2007년 2월 22일자)가 잘 지적했듯이, 한나라당과 열린 우리당이 얼마나 이념적인 차이가 있다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중도적인 당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사실 열린 우리당과 민주당이 이미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서 한국정치의 중도세력이다.
● 더 이상 추락하지 않고 싶다면
이제 엎질러진 물이고, 손 전지사가 더 이상 추락하지 않는 길은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지금 당장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자신이 말한 정치 발전을 위해 백의종군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손 전지사는 당장 날아오고 있는 비판의 화살을 최소화한 뒤 기회를 보아 대선에 다시 나서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 같다. 탈당의 변에서는 자신을 던져 새로운 정치를 위한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더니 하루 만에 "치어 리더와 불쏘시개가 될 수도 있다"로 말을 바꿨다.
이 같은 기회주의적 태도가 청와대로 하여금 "정말 할 알의 밀알이 되기 위해 탈당할 것인지 두고 볼 것"이라는 무서운 경고를 하게 만들고 있다. 손 전지사는 더 늦기 전에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치어 리더와 불쏘시개가 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