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 중국증시가 폭락한 '잿빛 화요일' 이후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압력, 미 서브프라임 파동 등 국제금융시장은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을 동반하는 나비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곧 증권시장은 안정을 회복하였으나 국제금융계의 경고는 잇따르고 있다.
금융 불안의 조짐에 대해 전문가들은 범세계적 과잉유동성과 동조화에 따른 현상으로 진단하고 있으나 근저에는 미국의 과다한 적자가 지속되는 글로벌 불균형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미국의 대외순채무 증가 지표인 경상수지적자는 2000년부터 급증해 작년 한 해 8,500억 달러가 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 악영향 큰 미국의 수지불균형
전통적인 경제이론에 따르면 수지 불균형은 교역국 간 통화량의 왜곡된 분배를 치유하는 자동조절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적자국 미국이 해외로부터 차입, 적자재원을 조달함으로써 수지불균형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저금리로 조성된 과잉 유동성은 전 세계 금융시장의 동조화를 초래, 자동조절 메커니즘이 작동되는 것을 가로막는다.
그러나 미국의 외채가 영원히 늘어날 수는 없다. 언젠가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안정될 수밖에 없으며 미국의 경상수지적자는 지금보다 대폭 줄어들어야만 한다. 미 경상수지적자의 축소과정에 대해서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다.
시장의 질서있는 조정을 통해 자동조절 메커니즘이 원활히 작동하는 연착륙, 달러화의 자유낙하, 금융시장붕괴 등 시장조정이 단기간에 걸쳐 한꺼번에 일어나는 경착륙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실제상황은 미, 일, 유로지역, 중국 등 주요 당사국 정부의 정책대응과 국제금융시장의 상호작용에 달린 문제다.
나비효과는 잠복된 금융불안의 위험이 눈에 보이지 않는 국제금융시장의 복잡다기한 연결고리를 통해 현실로 불거질 수 있음을 보여 주었고 이제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그 동안 호황을 누렸던 금융기관은 외형 확장보다는 위험 관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연착륙이든 경착륙이든 앞으로도 달러화가치의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혹자는 환율 안정화를 위한 개입의 필요성을 제기할 수 있겠으나 핵심변수는 명목환율이 아니라 물가수준을 고려한 실질환율이며, 중ㆍ장기적으로 통제하기 매우 어려운 변수다.
그러므로 향후 국내경제는 실질환율의 절상추세로 수출보다 내수에 의존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기대되나 불행히도 현재 내수가 위축되어 한국경제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가 수출을 대신해 성장동력이 될 수 있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경제의 높은 유연성이다. 실질환율의 절상에 대응하여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의 기능이 충분히 작동될 때 비로소 무리없는 산업 간 조정이 가능하다. 경직적 노동과 원만치 못한 노사관계는 결국 실업의 고통을 키우고 기업경영성과를 악화시킬 뿐이다.
● 내수의존과 유연성 생산성 향상
다음으로 내수, 특히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1990년대에 들어와 전개된 탈공업화로 서비스업이 유일한 고용창출의 역할을 수행하였고 국내총생산(GDP)의 56%,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최대산업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60%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아무리 경제의 유연성이 높아도 생산성의 개선 없이는 단지 저급의 일자리만 늘어나게 된다.
생산성 향상은 곧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 교육 부동산 통신사업과 같이 산업의 속성 상 상당한 규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시장규율의 기회가 제조업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글로벌 표준에 걸맞은 규제의 선진화가 관건이다. 최근 대학의 자율성을 권고한 OECD 한국고등교육보고서는 정확하게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김경수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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