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서 개인 파산ㆍ면책을 신청하거나 선고받기가 한층 어려워진다. 허위 파산, 재산 은닉 등 제도 악용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라 법원이 고강도 대응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비양심 채무자
2003년 카드대란과 연 이은 경기침체로 늘어나기 시작한 개인 파산은 지난해에는 12만여건이나 접수됐다. 불어난 빚을 감당 못해 법적ㆍ경제적 불이익을 받더라도 파산 선고를 받는 편이 낫다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파산을 신청하는 ‘비양심적 채무자’가 개인파산 신청 대열에 끼어 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토지 등 재산을 경매를 통해 친족에게 넘긴 후 파산 신청을 하거나 일정한 수입이 있는데도 이를 숨기고 파산신청을 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파산 신청 브로커 활개
게다가 브로커들이 나서 편법 개인 파산ㆍ면책 신청을 부추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과거 신청자의 대부분은 수백~수천만원의 빚을 진 개인이었지만 최근엔 불경기의 영향으로 수억~수십억원의 채무를 진 자영업자 또는 기업인들의 신청이 늘어나고 있다.
이 추세 속에 ‘약간의 비용으로 거금의 채무를 탕감받을 수 있다’는 도덕적 해이가 겹쳐지면서 개인 파산 브로커의 입지가 넓어졌다. 1월 광주에서는 고법원장 출신 변호사가 브로커와 손잡고 500여명의 신용불량자를 소개받고 수임료로 15억여원을 챙겼다 적발됐다. 수임료의 30~40%를 되돌려 받기로 한 브로커 조직은 편법에 눈이 먼 의뢰인을 부추겼다.
면책결정이 비교적 쉽게 내려지는 것도 한 원인이다. 지난해 면책신청 대비 인용 비율인 면책률은 97.8%였다. 법원은 “일본의 면책률도 우리와 비슷하고 미국은 개인파산 신청이 곧 면책을 의미할 정도로 인용률이 높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심사가 형식적이고 거짓이 드러나도 취소로만 끝나‘밑져야 본전’ 식 신청자가 늘고 있다. 제도 도입 이후 겨우 3건만이 면책결정이 취소됐다.
심사 강화로 도덕적 해이 없게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25일 개인 파산ㆍ면책 신청요건 심사와 사후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채무자의 연령, 직업을 보다 엄격히 따지고2,000만원 이하 소액채무에 대해 면책을 신청하는 20,30대 ‘청년채무자’는 친족 재산까지 고려해 심사키로 했다.
법원은 채무자, 배우자 친족 등 ‘의심재산’을 조사할 필요가 있으면 파산관재인(변호사)을 선임해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제까지 채무자가 재산상태를 허위로 진술했어도 소액이면 법관 재량으로 면책결정을 내렸지만 앞으로는 이런 경우 재량면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진성 파산수석부장판사는 “개인 파산ㆍ면책제도는 성실하지만 불운한 채무자의 새 출발을 위한 제도”라며 “제도를 악용ㆍ남용하는 불성실 채무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진기자 oko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