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염 산업은 이제 안받습니다"
D방직은 2004년 중국 산둥성에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칭다오 시정부에 투자 의사를 타진할 때만 하더라도 환대를 받았다. 하지만 막상 공장을 세우려고 하자 사업 허가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이유인 즉 염색 과정에서 오염 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더구나 칭다오 시정부는 선진국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의 까다로운 배출 기준치를 요구했다. D방직은 결국 고가의 오염 방지 시설을 갖춘 지난해야 공장을 세울 수 있었다. 공장 가동이 예정보다 2년가량 늦어졌다.
양적 성장보다 질적 도약을 중시하는 '신(新)중국'이 환경 규제를 대폭 강화하며 한국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린 차이나'를 표방하고 나선 신중국이 한국기업에겐 '그린 리스크'가 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중소기업들은 최근 증치세(부가세) 환급 폐지 등 세제혜택 축소까지 겹치면서 한계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
중국은 덩샤오핑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에서 알 수 있듯 외국인 투자에 적극적이었다. 인민이 잘 살 수 있다면 자본주의든, 외국기업이든, 환경오염 유발업종이든, 노동집약사업이든 가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외국기업 유치정책은 이전과는 구별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의 달라진 투자환경에 대응, 새로운 투자전략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외국 자본의 폐해가 집중 부각되며 다국적 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환경 오염 유발 업종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아예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첨단 핵심산업, 친환경사업 등 '녹묘(綠猫, 녹색고양이)'만 들어오라는 것이다.
중국의 선별적 투자 허용은 외환보유고가 1조달러를 돌파, 세계 1위를 기록하면서 부쩍 심해지고 있다. 실제로 제11차 5개년 개발계획에선 '외국인 투자의 질을 제고하는 것'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올해부터 환경 인증을 받은 품목만 정부기관에 조달할 수 있도록 하고, 일회용품을 제한하고 재활용을 장려하기 위한 순환경제법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린 차이나', '녹묘론'은 현지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들에게는 위협요인이다. 초기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경우 환경 오염을 유발하거나, 노동집약적인 업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외국기업들의 소득세율(법인세율)을 15%에서 점차 올려 중국 기업들과 같은 25%로 동일하게 조정키로 한 것도 우리 기업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 외국기업에게 적용되던 조세 감면 조치들도 대폭 축소될 예정이어서 수익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변화는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 경쟁심화에 따른 판매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는 사실상 '사형 선고'가 되고 있다. 일부 중소기업인들은 공장을 버린채 야반도주하고 있다.
사업을 지속할 경우 그 동안 면제받았던 법인세를 모두 납부해야 하는데다 체불 임금 지불을 요구하는 근로자의 집단 행동이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50개사가 넘었던 광둥성 둥광시의 봉제완구 업체들은 이제 10여개사로 줄었다.
랴오닝성 다롄에서 의류사업을 하고 있는 강영철 보끌레머천다이징 총경리는 "인력난 심화로 한국기업끼리 인력빼가기 경쟁을 벌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며 "갈수록 경영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친환경 테마를 활용, 시장을 넓혀가는 기업들도 있다. 스팀청소기를 생산하는 한경희생활과학의 김상식 부장은 "중국 정부가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 재발 방지를 위해 국민들의 위생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면서 제품 판매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바람에 나무 이쑤시개 대신 녹말 이쑤시개로 대박을 터뜨린 기업들도 있다. KOTRA 칭다오무역관 관계자는 "'그린차이나 정책'은 우리 기업에겐 위기이자 기회"라며 "역발상을 통해 유망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을 경우 중국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하이=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 "앞으론 환경사업이 황금알"
"지금까진 주로 환경 오염 사업들이 중국으로 진출했었지만, 앞으로는 환경 보호 비즈니스가 중국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다."
중국이 친환경 정책을 강화함에 따라 환경 오염 방지 및 환경 보호 관련 비즈니스가 부상하고 있다. 생산 과정에서 환경 오염 물질 등을 배출해 온 기업들에게는 위기지만, 환경오염방지 설비 등을 팔 수 있는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LG경제연구원도 최근 '2010년 중국의 황금 비즈니스를 찾아서'라는 보고서를 통해 환경 비즈니스가 미래 중국 시장의 유망 사업군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지난해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친환경 경제 체제를 선언, 더 이상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11차 5개년 개발 계획 기간(2006~2010년) 동안 100여개의 주요 환경보호법과 1,000여개의 환경보호표준에 대한 제작 및 수정작업을 완료하겠다는 것이 중국정부의 기본방침이다.
올해부터는 중앙 및 성급 예산부서에서 녹색구매제도를 실시하고, 경제성장률로 평가했던 지방 정부 및 관리 업적 등도 올해부턴 그린 GDP 지표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상황변화에 따라 부상할 업종으로는 우선 쓰레기 소각 사업이 꼽힌다. 현재 중국의 도시지역 쓰레기 하루 발생량은 28만6,000톤. 그러나 해마다 그 양이 7% 이상 증가하고 있는데다 기계화 작업률이 낮아 매년 1,000만톤 이상 쓰레기가 그냥 버려지고 있다.
자연 매립한다 해도 침출수 발생가 있고, 매립용 토지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소각로 시설에 경쟁 우위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적극 진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오폐수 처리 시설도 사업성이 밝다. 현재 중국에선 생활 폐수의 3분의2 가량이 미처리 상태로 방류되고 있다. 특히 물이 부족한 중국 중북부 지역은 높은 시장 성장세가 예상된다.
중국 화력 발전의 70%가 석탄으로 가동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 이산화황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선 탈황시설 등이 요구된다. LG연구원 관계자는 "미국과 독일의 환경 관련 선진 기업들은 이미 중국 환경 시장에 총력을 기울여 시장을 장악해나가고 있는 상태"라며 "그러나 한국 기업들이 진입할 수 있는 여지는 아직 많다"고 밝혔다.
안전한 녹색 식품 시장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 최근 외국인 거주자와 중국인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식품은 영양보다 안전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유기농 식품 관련 '녹색 경제'(Green Economy)가 새로운 비즈니스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500억위안(약 18조원)이던 녹색식품 시장 규모는 올해도 두 자릿수의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KOTRA 관계자는 "중국 환경당국에서 최근 국가환경보호정책을 위반한 지역과 기업에 대해 문제가 시정될 때까지 해당 지역 또는 기업의 모든 프로젝트에 대한 비준을 중지하는 '연좌제'를 도입키로 하는 등 중국에선 최근 환경보호 폭풍이 불고 있다"며 "환경보호 관련 제품 및 설비 시장은 앞으로 급성장할 것인 만큼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