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같은 지역통합은 아시아에서 당분간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통합이란 국가가 일부 주권적 권리를 포기하고 통합기구에 부여하는 것인데 아시아에서는 지금으로서는 어렵습니다."
주한 독일 대사관에서 만난 노르베르트 바스(60) 독일 대사는 한 중 일 3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통합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으나 EU의 경험상 아시아는 역사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 통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바스 대사는 "EU통합의 정신은 화해와 신뢰, 투명성 제고, 역사적 오해의 해소 등이고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거 역사에 대한 불안 극복"이라며 "과거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공동의 가치 인식이 아시아의 지역통합에 필요하고, 또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의 가치 인식이란 인권, 인간의 존엄, 자유, 민주주의, 법치국가와 같은 기본 원칙으로, 이것이 성공적인 유럽 통합의 바탕이 되었고 이 바탕 위에 주권을 양도하는 기구를 통한 협력이 가능하였다는 뜻이다.
특히 독일은 현재 EU 의장국을 맡고 있어 주한 독일 대사관은 26일 서울에서 치를 로마조약(EU 통합에 관한 최초의 기본협정) 50주년 행사를 준비 중이다. 바스 대사는 "50년 전에 유럽에서는 EU통합의 초석이 되는 공동의 가치 인식 위에서 로마조약이 성립됐다"고 강조했다.
분단 극복의 상징인 베를린에서는 25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7개 EU회원국 정상을 초청해 EU출범 50주년을 축하하는 '베를린 선언'을 발표했다.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이 파행으로 끝났지만, 바스 대사는 "EU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지지한다"며 3월 초에 이뤄진 EU 대표단의 평양 방문도 2ㆍ13합의 이행의 촉구가 그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란 핵시설에 대한 무력공격설은 EU안에서나 밖에서도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으며 EU는 절대적으로 외교적 해결을 추구한다"며 핵문제의 대화 해결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바스 대사는 '5월 초에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개시될 것'이라는 국내 언론 보도에 대해 "유럽이사회가 유럽위원회에 아직 협상 위임을 하지 않았다"며 협상 개시일의 변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곧 위임이 이뤄질 것을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그는 "한국에게 EU는 두 번째 무역 파트너고, EU로서도 한국이 여덟 번째 큰 무역 상대국이어서 FTA가 타결되면 양측에 큰 이득이 될 것을 굳게 믿는다"고 덧붙였다.
올해 G8의장국을 맡은 독일이 'G8 가입 국가 확장과 한국의 가입 가능성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여러 국가들이 경제적 수준, 민주주의의 성숙도, 국제사회에서의 중요도 등에서 G8에 가입할만한 수준에 올랐다"고 인정하면서도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지금 G8을 확대한다면, (가입하려는 국가들이 많아서) 아마도 매우 큰 확대가 될 것이고, 그런 확장은 상상하기 힘들다"며 "바로 그것이(G8 확대)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의 경우, G8 가입보다는 이미 가입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활동에 집중할 것을 권했다.
한국 생활과 관련, 바스 대사는 한국인들에게 심어져 있는 독일인의 지나친 근검절약 이미지를 지워달라고 부탁했다. "독일 사람들은 너무나 절약정신이 강해서 세 사람이 모여야 성냥을 켜서 하나의 성냥불로 세 사람이 담뱃불을 붙인다는 농담을 한국에 와서 들었는데, 이것은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
"아마도 전쟁 시절의 농담인 것 같은데, 오늘날의 독일인은 인색하지 않고 돈 쓰기를 좋아해 소비가 너무 심한 것 같다"고 바스 대사는 덧붙였다.
윤원섭 코리아타임스 기자 yoonwonsup@korea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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