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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교사 3인의 ‘초등생 새학년 친구 사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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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교사 3인의 ‘초등생 새학년 친구 사귀기’

입력
2007.03.25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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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년이 시작된 지 한 달이 가까운 시점이다.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은 물론 학년과 반이 바뀐 아이들도 아직은 완전히 적응했다고 보기는 이르다. 혹시 아이의 어깨가 축 처져 있거나 말수가 부쩍 줄지는 않았는지. 이럴수록 부모의 마음은 ‘못된 친구가 괴롭히는 것은 아닐까’ ‘함께 재미있게 공부하고 놀 친구는 있을까’ 등 여러가지 상상으로 어지럽기만 하다.

아이가 새 학년 생활에 적응을 잘하고 친구를 잘 사귀는 사람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교단에 선 지 28년을 맞은 장남순(49) 서울 은평초 교사, 25년째인 오상호(46) 동교초 교사, 23년째인 진경자 역촌초(45) 교사 등 베테랑 교사 3명이 25일 만나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1학년은 어떻게

◇ 진경자 교사

아이를 처음 학교에 보낸 학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우리 애가 다른 애들로부터 놀림 받거나 무시 당하면 어떡하지’ 하는 거죠. 저는 1학년 담임만 7년을 했는데 가장 흔한 경우가 있더군요. 차림이 지저분하거나 준비물을 잘 못 챙기는 아이는 다른 애들이 무시한다는 거에요.

특히 1학년 애들은 남과 다른 부분이 있으면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결국 저는 그 아이 엄마에게 “아이가 학교 생활에서 자신감을 잃지 않게 하려면, 가정통신문 회신이나 다른 준비물이 있을 때 무조건 첫날 제때 가져 올 수 있도록 신경 써 달라”고 특별 주문했어요.

◇ 장남순 교사

1학년 아이들이 부산한 행동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막연히 ‘어리니까 그렇겠지’ ‘조금만 있으면 좋아지겠지’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지난해 1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전혀 제 말을 듣지 않고 친구들에게 물건을 던지는 아이가 있었어요. 이 아이에 대한 친구들의 불만이 매우 높았어요.

당연히 함께 다니는 친구도 없었죠. 그런데 알고 보니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을 겪고 있더군요. 약물 치료를 받으며 최근엔 꾸준히 나아지긴 했지만 부모 등 주변 사람들이 더 일찍 알 수도 있었죠. 아이가 좀 이상하다 싶을 땐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심할 땐 의사 등 전문가를 찾아 초기에 적극 대처하는 것이 좋습니다.

◇ 오상호 교사

사람의 발달 단계를 고려할 때 1학년 아이가 친구가 별로 없다는 것은 이상하게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가정에서만 자라 사회성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개인 성향이 무척 강하기 때문이죠.

주의력이 정말 산만해서 다른 아이에게 피해를 끼치는 아이가 있다면, 때론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때도 있어요. 매우 산만한 아이가 한 명 있어서 그 아이 엄마를 불러 상담을 했더니 “맏이로 자라 지나치게 간섭을 많이 받으며 자라온 편”이라고 하더군요.

주위의 간섭이나 새 환경변화에 따른 불안감이 남을 괴롭히거나 하는 등의 ‘튀는 행동’을 보여 주변의 관심을 끌어내겠다는 일종의 ‘방어 기제’가 작용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꾸짖고 엄하게 하기보다는 따뜻하게 감싸주겠다고 약속했어요.

'왕따' 대신 '완소친' 되려면

◇ 진 교사

따돌림 당하는 아이(왕따)를 만들지 않으려면 왕따 학생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 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런데 그 반대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모든 친구들이 좋아하는 아이를 보고, 그 아이를 배우도록 하는 거에요. 결론부터 말해 인기 많은 친구는 한 마디로 인성이 좋아요. 양보할 줄 알고 어려운 친구를 도울 줄 알죠.

이는 가정교육을 잘 받았다는 증거에요. 이기적인 아이와 남을 배려하는 아이는 다 부모의 가정교육에 따라 엇갈립니다. 엄마가 ‘내 새끼’ 하면서 맛있는 거 먹여 주고 한도 끝도 없이 보호하다가, 이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생활하려니 좀 부딪히겠어요.

‘아이가 손해본다’고 생각하지 말고 ‘조금 손해 보도록’ 가르치는 것이 오히려 자녀가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완소친(인터넷 유행어로 ‘완전 소중한 친구’의 줄임말)’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요.

◇ 오 교사

좋은 교우관계, 이건 아이의 성격이 ‘내성적이냐, 외향적이냐’와는 큰 상관이 없어요. 활달한 아이나 조용한 아이나 경우에 따라 잘 섞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주위 어른들이 볼 때에는 아이가 말수가 없으면 으레 걱정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수업시간에 발표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억지로 아이에게 (발표를) 시킨다거나, 사람들 앞에 나서게 하는 교사 학부모들이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가령 발표를 하지 않는 아이는 모르거나 귀찮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틀리는 것을 두려워 하거나 ‘그냥’ 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거든요. 그래서 조용한 아이를 보면 더 차분히 지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학습의욕이 떨어지는 아이라고 속단하지 마세요. 중요한 건 아이의 ‘기질’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장 교사

결국 중요한 건 학교와 가정의 관심인 듯 합니다.

예전에 가르쳤던 아이 중에 ‘난 사람이 아니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고, 친구는 물론 교사한테까지 반말을 내 뱉는 아이가 있었죠. 다른 아이에게도 폭력을 휘두르는 터라 당연히 교우 관계가 원만할 수 없었죠.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아이는 가정 폭력으로 심신이 멍들대로 멍든 아이였어요.

초등학생들은 어려요. 성격에 맞춰 단계 별로 친구나 주변 사람 대하는 방식을 천천히 가르쳐 줘야 해요. 점심 급식을 먹지도 않고, 왜 안 먹는지 말도 하지 않는 아이가 있다면 ‘왜 안 먹고 속 썩이냐’고 다그치지 말고 ‘오늘은 한 숟갈만 더 먹자’란 말로 유도해야죠.

<친구랑 친해지려면 이렇게 해봐요>

-친구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준다. "아! 그랬어? 자세히 말해 봐."

-친구의 좋은 점을 말해준다. "너는 다른 친구에게 친절한 것 같아."

-결석한 친구에게 전화한다. "많이 아프니? 네가 없어 심심했어."

-몸이 불편한 친구를 도와 준다. "철수야! 내가 가방 들어줄게."

-준비물을 빌려준다. "내가 도화지 2장 갖고 왔으니, 한 장 빌려 줄게."

-점심을 같이 먹는다. "영희야! 나랑 같이 점심 먹자!"

-어렵거나 힘든 친구를 도와준다. "코피가 나는구나. 같이 보건실 가자."

/자료;서울시교육청 <초등학교 3, 4학년이 평생을 좌우합니다>

정리=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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