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림의 보고로 알려진 국립수목원(광릉수목원) 인근에서 재선충병 감염목 2그루가 발견돼 산림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산림청 생산기술연구소에 설치된 재선충병 방제대책본부는 25일 포천시 소흘읍 국립수목원에서 북동쪽으로 1.5㎞ 떨어진 수목원 시험림 내 잣나무 2그루가 재선충병에 감염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대책본부는 이에 따라 27일이나 28일께부터 감염 잣나무를 중심으로 5㏊ 안에 있는 70년생 2,000여그루(10톤 트럭 260대분)의 잣나무를 모두 베어낼 계획이다.
감염목이 발견된 곳은 일제강점기인 1936년 조림된 잣나무림으로 나무높이만 23∼24m에 이른다.
방제작업 어떻게 진행되나
대책본부는 국립수목원이 갖는 위상과 중요성을 감안해 대규모 파쇄작업을 벌여 재선충 확산을 조기에 차단키로 했다.
서승진 산림청장은 24일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립수목원은 전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생태지역이므로 담당구역을 나눠 철저한 방제를 실시하라”면서 “담당 공무원들의 관할 구역을 정해놓고 재발할 경우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책본부는 이날 남양주시를 소나무ㆍ잣나무 반출금지구역으로 지정고시하고 인접지역의 경우에도 반출허가증이 있어야 침엽수의 이동을 통과시키기로 했다.
또 경기도의 협조를 얻어 감시초소를 주요도로에 설치하고, 감염목 발견지역을 중심으로 반경 3㎞에 걸쳐 정밀 항공예찰을 실시해 의심목 전부에 대해 시료채취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 산림과학원 전문가들을 동원해 잣나무 재선충의 확산경로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해 근원적인 확산 차단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국유림관리사업소 백율선 소장은 “소나무재선충에 비해 잣나무재선충 확산경로는 알려져 있지 않다”면서 “4,5월 재선충이 우화하기 전 얼마나 효과적인 방제를 실시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잣 생산 농가 긴장
남양주시에서 잣나무 재선충이 발견되면서 인근 가평의 120여 잣 수확농가가 긴장에 휩싸였다.
가평에는 1970년대부터 잣나무림이 조성되기 시작해 전체 산림(6만9,601㏊)의 30% 정도인 2만651㏊에 잣나무가 재배되고 있다. 잣나무는 심은 지 15년이 지나야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20년은 넘어야 본격적으로 수확할 수 있을 만큼 투자회수기간이 길어 감염될 경우 농가피해는 심각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가평군은 긴급회의를 열어 군을 120여 곳으로 나누고 각 2∼6명의 주민들로 예찰단을 구성해 재선충병 감염징후를 보이는 잣나무를 조기 발견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군 관계자는 “잣은 가평군의 주력 산업으로 전체 농업소득의 1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면서 “농민들이 문의전화를 해오고 있지만 확실한 방제책을 알려주지 못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국립수목원 박광우 산림보존과장은 “잣나무림의 단순한 경제적 가치는 얼마 안되지만 숲이 주는 산소배출, 기온습도유지, 야생조수 서식지 기능 등을 감안할 때 이로 인한 손실은 환산이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목재이동 감시·방제 강화 부심
잣나무 재선충의 매개충인 북방수염하늘소는 1.1∼2㎝ 크기로 주로 중북부 지방에 서식한다. 반면 소나무 재선충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는 비교적 따뜻한 남쪽지방에 피해를 입혀왔다.
재선충 매개충들은 이동 거리는 보통 100m 내외지만 이 때 함께 옮겨진 재선충이 나무 조직의 수분이동통로를 막아 고사시킨다. 1마리 평균 1,600∼1,700 마리의 재선충을 몸에 달고 잣나무 사이를 이동한다. 재선충 감염은 4, 5월이 가장 위험한 시기이다. 이때 매개충들이 우화(羽化ㆍ날개가 달려 성충이 되는 것)하면서 사방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재선충 감염목이 대체로 도로변에 위치해 인위적인 목재이동으로 감염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방제를 강화하는 한편 목재이동을 철저히 감시해 더 이상의 확산을 막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남양주시 재선충 발생이후 감시초소를 운영했음에도 확산된 것은 기존 방제대책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라면서 “23일 재발생 이후 4,5일이 지나 방제에 들어가는 것도 늑장대응”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 산림청장은 26일 국립수목원과 산림과학원, 경기도, 인접 3개시군과 공동으로 재선충병 예찰방제 특별대책회의를 가질 방침이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 광릉 국립수목원 '500여년 가꾼 산림자원의 보고'
광릉수목원으로 잘 알려진 경기 포천시 소흘읍 국립수목원은 1,116㏊ 면적에 나무식물 1,863종류, 초본식물 1,481종 등 3,344종류의 식물이 심어져 있는 국내 산림자원의 보고이다. 국내 자생나무와 식물종은 물론 외국산 식물종 등 산림자원에 대한 연구와 보존 증식, 교육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광릉 숲은 조선 7대 임금인 세조의 능을 조성하면서 부속림으로 지정되어 500여년 이상 황실림으로 관리돼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일제시대에는 임업시험장 부속 시험림이 돼 묘포와 관리소가 설치됐다.
광복후에는 산림청 소속의 임업연구원 시험장으로 지정됐으며 1983년부터 4년간 수목원 조성과 산림박물관을 건립해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기 시작했다. 97년 산림욕장을 폐쇄하고 평일 예약자 5,000명만 입장을 허용하고 있으며 주말과 공휴일에는 일반인들의 입장을 불허하고 있다. 숲은 전문 수목원 102㏊과 천연림과 인공림 등 1,014㏊로 구성돼 있다.
대전=허택회 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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