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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머나먼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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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머나먼 세계화

입력
2007.03.2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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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문인터뷰 기사에서 접한 내용이다. "국제 콩쿠르에서 외국 아이들은 자기 연주가 끝난 뒤에도 남의 음악을 경청하는 반면 한국 아이들은 떨어지면 곧바로 짐을 싸서 집에 간다."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 교수의 쓴 소리다. 한국인의 고쳐지지 않는 단점이 자신만 알고 남의 것을 잘 보지도, 듣지도 않는 현실을 지적한 예라는 생각에 공감한 기억이 난다.

국제정치 전문지 <포린 폴리시> 에 실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판카지 게마와트 교수의 기고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자 세계화분야 논객으로 유명한 토머스 프리드먼의 저서 <세계는 평평하다> 를 정면 반박한 내용이었다.

투자엔 국경이 없다지만 세계에 투자된 전체 자본 중 외국인 직접투자에 의한 것은 10%도 못 된다면서 세계화 수준을 10% 정도로 평가절하했다. 인터넷에서도 국경은 엄연히 존재한다며 한국의 네티즌들은 미국 친구들을 만나기보다 동네 친구들과 채팅하거나 이메일을 보내는 데 시간을 더 쓴다고 했다.

스위스 기업사이클연구소(KOF)가 발표한 세계화지수(GIㆍGlobalization Index)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23개 조사대상국 중 29위였다. 1위는 미국, 싱가포르는 12위, 일본은 15위였다. 우리나라는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세계화를 추진했지만 10년이 훨씬 지난 현재 세계화 수준은 경제규모에 비해 한참 처진다. 국민들의 관습과 인식은 하나도 바뀌지 않은 것 같다.

국가 간 경제의 세계경제로의 통합이란 사전적 의미의 '세계화'에 발맞추기 위한 시도인 FTA체결을 놓고도 얼마나 힘겹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가. 게다가 한국에 일하러 온 외국인노동자에게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무시를 가하고, 수많은 혼혈인에게 따돌림과 멸시를 퍼붓고 있다.

인구의 2%에 해당하는 80만 명이 외국인 근로자인데 국제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닫힌 사회를 형성해, 나와 다른 것은 배척하는 이기적 인간을 만든 이 나라가 진정 세계화를 생각하기는 하는 걸까.

우리 사회가 세계화와 아예 담을 쌓고 사는 것은 아니다. 세계를 상대로 영업하는 정보통신(IT)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민간ㆍ공공 여러 부문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되돌아볼 때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세계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세계화의 정의는 여러 가지일 수 있지만 필자가 정의하는 세계화는 세계의 구성원 모두가 인정하는 보편성 있는 가치와 기준에 맞춰 가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기준으로 세계화를 추구해 온 것은 아닌지, 세계화의 허구 속에 살아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다. 개인 차원이건 국가ㆍ사회 차원이건 남을 존중하고 늘 뭔가 배우려 노력하는 열린 자세가 세계화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필자는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도 10년이 지났다. 수출도 3,000억 달러를 넘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이며, 해외여행객만도 1,200만 명을 넘어섰다. 우리도 이제 국제 사회의 진정한 세계인으로서의 자질을 갖춰야 할 때다.

미국 하버드대가 30년 만에 교과과정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고 한다. 미국 중심의 편협한 사고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란다. 우리도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세대에게만이라도 세계화시대에 걸맞은 기본적 규범과 보편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가르쳤으면 한다.

김창곤 한국정보사회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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