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기업으로 따지면 기획예산처 장관이 ‘공기업 그룹 총수’가 되는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KBS 비판으로 주목을 받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이 4월부터 시행돼 ‘낙하산 인사’등 방만한 경영으로 비판받아온 공공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이 강화한다.
공공기관운영법은 300여개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한 뒤 이중 100개 안팎의 기관을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으로 분류, 임원 임명시 엄격한 절차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모든 임원은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임원추천위에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비상임이사가 과반 포진한다.
특히 공기업 기관장ㆍ비상임이사ㆍ감사, 준정부기관의 비상임이사ㆍ감사는 공공기관운영위의 심의 의결까지 거쳐야 한다. 그만큼 ‘낙하산 인사’가능성이 크게 줄 수 밖에 없다.
공공기관운영위원장은 기획예산처 장관, 운영위원 20명 중 11명을 차지하는 민간위원은 기획예산처 장관 추천으로 대통령이 위촉한다.
이 때문에 기획예산처가 공공기관 임원 인사에 결정적 권한을 갖는다는 주장도 무리는 아니다. 법안 통과에 관여했던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기획예산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공기업이 채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더구나 공공기관운영위는 공공기관에 대한 상시적 기능조정(구조조정) 권한까지 갖는다. 공공기관에 대한 주무 부처의 역할도 포괄식에서 열거식으로 바뀌어 간섭의 여지가 크게 축소됐다.
이처럼 기획예산처가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권과 구조조정 권한을 틀어진 것을 빗대 관가에서는 “기획예산처 장관은 그룹 총수”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는 “인사 투명성이 강화될 뿐, 인사권 장악 운운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주무 부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나 그 권한은 기획예산처가 아닌 ‘시스템’에게 주어진다”며 “기획예산처는 오히려 짐만 더 떠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생업이 있는 민간 인사 11명을 포함한 20명의 운영위원들이 100여개 공공기관의 임원 인사를 제대로 검증ㆍ결정하는게 물리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효율성도 의문시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공기관운영위는 인사 외에도 공공기관 지정, 기능조정(구조조정), 경영실적 평가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중앙 부처의 한 간부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소수 위원들이 각기 다른 업무 및 특성을 가진 100여개 공공기관들의 임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말처럼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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