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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조선시대 산수화·산문기행 '眼福을 누리며 인격을 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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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조선시대 산수화·산문기행 '眼福을 누리며 인격을 쌓다'

입력
2007.03.23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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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산수화-아름다운 필묵의 정신사 / 고연희 지음 / 돌베개 발행ㆍ384쪽ㆍ2만3,000원산문기행-조선의 선비, 산길을 가다 / 심경호 지음 / 이가서 발행ㆍ784쪽ㆍ2만9,800원

산수를 노닐던 옛 사람의 마음을 그림으로 보고, 글로 읽는 두 권의 책이 나란히 나왔다. <조선시대 산수화-아름다운 필묵의 정신사> 는 우리나라 산수화의 흐름을 거기에 담긴 정신에 초점을 맞춰 살피는 책이다. 산수화는 어떤 그림이고 어떻게 발달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그리고 즐겼는지 설명한다.

반면 <산문기행-조선의 선비, 산길을 가다> 는 집안에서 그림으로 산수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산에 올랐던 조선 선비들의 흥취를 전하는 책이다. 선조들이 남긴 산수 유람기 54편을 모아 해설을 붙였다. 두 책 모두 천연색 도판을 많이 넣어 눈맛이 호사롭다.

<조선시대 산수화> 는 조선 초부터 19세기 말까지 우리나라 산수화의 흐름을 짚어간다. 이 책에 따르면 조선시대 산수화는 처음 낭만적인 이상향을 그리는 것으로 출발해서 중기에 이르면 현자가 은둔하는 도덕적인 세계로, 17세기 후반으로 오면 그 안에서 머물고 노닐면서 직접 체험하고 느끼는 감성적 그림으로, 19세기에는 필묵의 묘를 통해 높은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매체로 성격이 변한다.

이들 산수화가 지닌 탈속적이고 철학적인 세계와 달리 19세기 이후 등장하는 민화산수도는 좀 더 세속적이고 서민적인 욕망을 드러낸다.

화가의 일대기나 그림의 표현 기법 등 작품과 형식에 관한 것은 이 책의 핵심이 아니다. 그보다는 산수화의 내용, 즉 거기에 깃든 정신을 살피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산수화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서는 그 당시 산수화를 소유하고 향유한 문사들 및 동시대인들의 생각과 산수화 속 산수 이미지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은이는 문인들이 산수화를 보고 남긴 시나 산수를 노래한 조선 후기 판소리 사설, 가사와 시조 등 문학 작품을 그림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산문기행-조선의 선비, 산길을 가다> 는 백두산,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 등 여러 산의 유람기를 모았다. 산에 올라 보고 느낀 것을 저마다 개성 넘치는 글로 남겼다. 금강산 유람기가 가장 많은데, 지은이는 그 중에도 16세기 문인 홍인우(1515~1554)가 쓴 <관동록> 을 으뜸으로 꼽는다. 율곡 이이가 산수 유람기의 정수라고 극찬했고, 퇴계 이황이 베껴서 보내달라고 했다는 명문이다.

이들 유람기의 필자 34명 가운데 여성 시인 한 명이 눈에 띈다. 우리나이로 겨우 열 네 살 때 남장을 하고 금강산을 유람한 김금원(1817~1851)이다.

사람으로 났으면 산수 자연을 즐겨서 보고 들음을 넓혀야지, 어찌 여자라고 규방에만 처박혀 있겠냐며 아버지를 졸라서 여행을 떠난 그는 단양 등 충북 일원을 돌고 금강산으로, 다시 통천, 고성을 거쳐 설악산까지 구경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그 옛날 열 네 살 소녀의 기개가 놀랍지 않은가.

오미환 기자 mhoh@h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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