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가 심화되는데 ‘복지 강화’ 구호는 왜 외면 받나. 진보 진영은 어째서 ‘선진화’ ‘경부운하 건설’ 같은 화젯거리를 못 만드나.
진보적 담론과 정책 대안이 대중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위기 의식이 진보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22일 성공회대에서 열린 ‘진보진영 10개 싱크탱크 대안토론회’는 이런 문제의 원인을 따져보고 대책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진보 측 담론이 내용이 어려운 데다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아 신뢰감이 떨어진다는 점에 대체로 동의했다. 민노당 진보정치연구소 장석준 연구기획국장은 “선진화 구호가 어필하는 것은 경제 발전이라는 역사적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며 “진보도 구체적 기억에 기댄 담론을 생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화운동가 김승국씨는 “반신자유주의 구호를 듣고 ‘왜 진보는 자유를 반대하냐’고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은 게 현실”이라며 ‘눈높이 담론’을 요청했다.
반면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소(새사연) 손우정 연구원은 ‘호헌철폐’처럼 거친 말도 87년 항쟁의 좋은 구호가 됐다”며 “쉽고 세련된 표현보다는 잦은 노출이 대중화의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진보 내부의 배타적ㆍ계몽적 태도도 비판 대상이었다. 손석춘 새사연 원장은 “논의를 한데 모아도 모자란 판에 누군가가 먼저 한 얘기는 절대 따라 하지 않겠다는 식의 문화가 진보 진영에 만연하다”고 말했다.
한 토론자는 “기업들은 90년대 중반부터 고객중심 경영을 외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진보는 스스로를 대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진보 담론이 단순한 반(反)보수에 그치지 말고 독자적 콘텐츠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울러 세대 간 격차를 고려해 계층별로 ‘맞춤식 대안’을 갖고 다가가야 한다고도 말했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박정희 식 개발주의로 회귀하자는 위기 담론에 맞서 희망의 언어들로 대안을 얘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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