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이 사라진 시대, 서거 40주년을 맞은 혁명의 사나이 체 게베라(1928~1967)가 신간 도서의 목록을 또 늘였다. 이번에는 기왕의 전기류를 탈피, 보다 그의 육성에 접근하는 형식이다.
쿠바 망명자의 후예로 기자 출신인 에이나 메네데즈의 <사랑하는 체 게바라> 는 게바라에 대한 편지, 그에 대한 추억을 편한 것이다. 게바라를 사랑하는 여류 화가, 생모를 찾아 쿠바로 가는 젊은 미국 여성의 이야기가 교직된다. 딸과 어머니 간의 편지를 통해 모자이크화처럼 게바라와 그의 시대를 엮어 가게 돼 있다. 정치적 격변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사람들과 거리의 표정으로 읽어 내게 하는 서술이 이채. 유영희 옮김. 끌림ㆍ295쪽ㆍ1만원. 사랑하는>
<체 게바라 시집> 은 번민과 사랑에 대해 기록한 게바라의 단상을 중심에 놓고 시인의 상상력을 덧쌓은 양태를 띠고 있다. 마르크스와 상징주의를 오간 혁명가의 땀과 피에 절은 언어들이 고도 자본주의 하의 일상에 죽비의 바람소리로 다가온다. 시 같지 않아서 오히려 시적인 순간들이 진솔한 언어로 다가온다. 체>
요식과 과잉의 시대는 그의 날 선 언어에 대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가령 ‘북미의 백만장자가 / 되는 것보다는 / 차라리, / 문맹의 인디언이 / 되는 게 낫다’(<참된 삶> ). ‘난, / 지금, / 혁명의 불멸성을 / 생각하고 있다!’( <체 게바라의 유언> ) 이산하 엮음. 노마드북스ㆍ124쪽ㆍ8,500원. 체> 참된>
한편 박정대 시인은 새 시집 <사랑과 열병의 화학적 근원> 에서 게바라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담뱃곽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불을 붙’이는 체 게바라( <투쟁 영역 확장의 밤> )의 모습을 변주해 간다. 시집에서 ‘체 게바라 만세’를 반복하는 그는 게바라라는 아름을 식당이나 술집의 주인 이름으로 치환해 계속 호명한다. 투쟁> 사랑과>
강정 시인은 “그 어조는 열광적이라기엔 너무 쓸쓸하고 선동적이라 하기엔 사뭇 비감스럽다”고 부치는 글에서 말했다. 세계의 병증을 헤아리고 그와 싸워야 하는 시인들에게 평화란 요원하고도 부당한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 웅진문학에디션 뿔ㆍ 172쪽ㆍ1만원.
장병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