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기자로 살고 싶습니다.”
30여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한 김승웅(64)씨가 한국 언론의 풍경을 돌아본 자전적 에세이 <모든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서울 회억 1961~1984> 를 썼다. 모든>
그는 책에서 서울대 문리대를 입학한 1961년 봄부터 한국일보 파리특파원으로 서울을 떠난 1984년 겨울까지의 기록을 담았다. 비슷한 성격의 회고담이 흔히 자화자찬과 신변잡기로 빠진 것에 반해, 이 책은 무지막지한 현대사의 암흑기를 견디며 느낀 무력감과 모멸감, 수모와 허탈감을 가감 없이 그려낸다.
가령 이렇다. ‘김포공항을 출입하던 당시 정보 기관원들의 횡포와 무례는 기자들이라고 예외가 없었지. 김포공항 수리 도중 대형불발폭탄이 발견된 기사를 썼더니 입에 담지 못할 상소리로 나를 위협하더라고… 나는 찍소리도 못했고….’ 기관원들과 다투다 멱살이 잡혀 경찰서 바닥에서 오열을 터뜨린 일이나, 전두환 정권 당시 시국선언문을 낭독하기로 했다가 슬며시 피한 이야기 등 감추고 싶은 기억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아픈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출내기 시절, 동료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장기영 한국일보 창업주와 맞부딪치고, 군부정권의 새 권력자 앞으로 걸어가 날카로운 질문을 거침없이 쏟아냈던 일 등 낭만이 가득한 이야기도 들어있다.
남을 비판만 하고 살았던 직업에 대한 내성(內省)도 있다. 그는 “공익적인 일을 하기 때문에 기자들은 자기합리화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며 “소속 언론사를 위한 특종 욕심을 ‘기자정신, 언론의 정도’로 여기는 자세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홈페이지에 연재한 글을 친구와 동료의 격려에 따라 정리했다는 김씨는 올 하반기께 파리특파원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파리 회억, 1984~1989> (가칭)를 펴낼 계획이다. 파리>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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