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문학론 / 안진태 지음 / 열린책들 발행ㆍ654쪽ㆍ2만5,000원카뮈, 지상의 인간 / 허버트 R.로트먼 지음ㆍ한기찬 옮김 / 한길사 발행ㆍ전2권 726ㆍ636쪽ㆍ각권 2만5,000원
한 세기 전 사람을 강박했던 불안과 불우, 부조리가 이 시대에는 어떻게 비칠까? 카프카와 카뮈가 연구자들의 입을 빌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카프카는 카뮈 등 전후 프랑스 실존주의 작가들에 의해 부활돼 세계적으로 붐처럼 되살아 났던 만큼, 두 사람에 대한 저서가 나란히 출간돼 의의를 새기게 한다.
카프카의 고독은 이해 받지 못한 불길한 예언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난해하고도 기괴한, 때로 악마적이기까지 한 카프카의 이미지들은 그가 거대한 악마적 존재와 벌인 투쟁의 결과다. 안진태(강릉대 독어독문학과)교수의 <카프카 문학론> 은 20세기 문학에서 가장 고독하고 난해한 작가의 성채를 탐험할 수 있는 종합 안내도다. 카프카>
국내에서 카프카를 집중 탐구한 연구서 중 최대의 분량이다. 책은 7장에 걸쳐 카프카를 대해부 한다. 인간 카프카에 대한 연구, 소외의 양상, 부친 콤플렉스 등을 비롯해 주요 단편 분석으로 매듭짓고 있다.
이 책은 카프카 문학의 실재성에 대해 주목한다. 인간이 괴물로 변하는 <변신> 은 현대 사회의 본원적 고통을, <성> 은 법이 오히려 인간 위에 군림하는 현실을 각각 비유한다. 성> 변신>
“곧 월급쟁이 생활을 노예의 삶으로 이해하고, 서민들은 권력 장치 앞에서 억울할 수밖에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고 안 교수는 말했다. 그는 “정치, 경제 갈등으로 온 나라가 힘들었던 지난 3년 동안 이 책을 본격 준비하면서, 독문학자라는 사실이 이번처럼 행복한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사르트르와 함께 프랑스 실존주의를 선도한 카뮈의 삶과 생각은 두 권의 책으로 나왔다. ‘지상의 인간’이란 부제가 붙은 책은 카뮈를 중심으로 한 프랑스 지성의 풍경을 최대한 세밀히 기록하는 일을 최대의 미덕으로 삼고 있다.
책의 전개 방식은 카뮈와 그를 둘러싼 풍경을 모두 담으려는 듯 하다. 카뮈가 아침 식사로 무엇을 먹었는지를 기록했다는 비야냥까지 받을 정도다. “이 책은 하나의 삶에 대한 역사적 종합이 아니다.
이 책은 미연방수사국(FBI)의 추적이나 다를 바 없다.(중략) 이 책을 만나는 독자는 정말이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까탈스러웠던 카뮈를 만나게 된다”. 레지스탕스 출신으로 제2차 세계대전 후 젊은 세대의 상징으로 각광 받았지만, 프랑스냐 그 식민지인 알제리의 빈민 출신이냐 하는 것은 그의 의식을 둘로 갈라 놓았다.
적잖은 흑백 사진들이 이해에 도움을 준다. 지은이 허버트 로트먼은 프랑스 유학 중 카페에서 카뮈와 인연을 맺은 뒤, 프랑스 문화와 깊은 인연을 맺은 인물이다.
한 가지. 카뮈는 매우 젊은 나이에 노벨상을 탔지만, 카프카는 수상하지 못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가 가장 컸다. 노벨상이란 과연 무엇인가. 또 한 가지.
1946년 3월 미국에 입국한 카뮈는 기자회견장에서 “예언자적인 카프카의 작품을 읽고 읽었다. 카프카야말로 우리 시대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작가 중 한 사람”이라고 했다. 당시 어느 기자는 그 말을 받아, “카뮈는 몽상이 제거된 우리 시대의 카프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카뮈의 꿈을, 카프카는 미리 꾸기라도 한 것일까.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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