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당뇨로 진료실을 찾는 젊은 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외국지점 근무 예정인 전도유망한 젊은 김 대리도 그 경우다. 32세로 175cm에 85kg인 그에게 정기 신체검사에서 공복혈당이 145mg/dL으로 당뇨병 요주의라는 진단이 나왔다.
매일 늦은 퇴근과 잦은 술 자리도 마다하지 않아 회사 내에서 인기 좋고, 폭 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김 대리에게 당뇨가 찾은 것이다. 경쟁에 살아 남기 위한 우리나라 젊은 직장인의 자화상일 것이다.
● 유럽ㆍ미국보다 발병 10년 빨라
사회변화가 빠른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비교적 안정된 국가들에 비해, 당뇨병 발병의 평균연령이 10년 이상 빠른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불과 얼마 전에 대한당뇨병학회에서, 우리나라 전체 당뇨병 환자 중 40대 이하 당뇨병 비율이 41%를 차지한다고 발표해 충격을 주었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남자환자는 40대 이하에서 49%, 여자에서는 33%였다. 젊은 층에서는 남자의 당뇨병 발병이 여자에 비하여 높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나라 사회상의 일단을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젊은이들에게 의사들이 충고할 수 있는 것은 너무 간단하다. 체중과 음주량을 줄이고, 규칙적 운동, 균형을 맞춘 식생활을 하는 것이다. 꼭 의사가 아니라도 누구나 말할 수 있는 평범한 말이다.
그러나 젊은 직장인들은 자신의 생활이 조금은 무리한 줄 알면서도 몸에 큰 이상을 느끼지 않고 그럭저럭 견딜만하기 때문에, 의사의 충고를 무시해 버리는 것이 보통이다.
더구나 충고 내용은 자신의 직장 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주는 일들이기 때문에 더욱 더 지키기가 곤란하다. 회사에 쌓아 놓는 평판이 순식간에 무너져 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젊은 내가 이런 것쯤이야 극복할 수 있다는 위장된 자신감이 발동되기도 할 것이다.
당뇨병이 시작될 때는 대부분 무증세이기 때문에 당뇨병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낸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의 약 50%는 자신이 당뇨병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지낸다. 당뇨병을 초기에 적절하게 치료하면 정상인과 동일한 건강과 수명을 누릴 수 있지만, 치료가 불량해지면 불량한 정도에 따라서 합병증은 더욱 빨리 나타난다.
20,30,40대에 발병한 당뇨병과 60,70대에 발병한 당뇨병은 성격이 판이하다. 당뇨병 발병 10년 후부터 합병증이 생기기 시작한다면, 40~50대에 합병증이 생긴 경우와 70~80대에 합병증이 생기는 것은 사회적ㆍ경제적으로 미치는 파급은 전혀 차원이 다른 것이다.
또한 젊은이 당뇨병은 본인이 당뇨병이라는 사실을 숨길 뿐 아니라, 치료에 매우 소홀히 한다. 당뇨병 합병증은 매우 고약하다. 신체의 한 부위에만 병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뇌졸중, 실명, 치아 상실, 심근경색증, 만성신부전, 하지절단 등 그야말로 전신이 만신창이가 된다. 40,50대 활동적이고 생산적이어야 할 나이에 타인의 도움으로 생활을 유지해야 되는 서글픈 처지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 청년 당뇨치료는 사회가 나서야
젊은이의 당뇨병은 국가와 사회가 나서야 한다. 우선은 젊은 층에서 당뇨병 유무를 반드시 확인하는 색출 작업이 필요하다. 다음은 당뇨병, 또는 당뇨병 위험군에 속해 있는 사람들의 소속 단체에서 이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당뇨병 초기라면 규칙적인 생활과 체중조절을 하면 매우 쉽게 정상혈당으로 변한다. 단체에서 조직적인 관리를 위한 규정을 만들면 된다. 건강하게 만들어 주려는 회사의 노력을 자신은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젊은이 당뇨병 관리는 본인을 건강하게 하고, 가정의 안녕을 위하고, 직장의 생산성을 높이고, 국가의 부담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제부터라도 젊은이의 당뇨는 당사자 개인의 노력은 물론 정부가 적극적으로 발벗고 나서야 할 때이다.
김광원 성균관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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