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메릴 지음ㆍ김율희 옮김 / 다른 발행ㆍ240쪽ㆍ9,800원
아이가 “아빠, 전쟁은 왜 일어나는 거에요?”라고 물어볼 때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는 소설이다. 굳이 골치 아픈 역사적ㆍ정치적 배경을 설명해줄 필요 없이, 역사가 시작된 이래 왜 전쟁이 그치지 않고 있는지를 우화적 방식으로 묘사하는 이 책을 권하면 된다.
전장(戰場)은 복잡하기로 유명한 1960년대의 뉴욕이다. 전쟁의 발단은 대형트럭 운전자의 난폭운전과 불법주차. 대형트럭의 증가로 도시 전체의 교통 혼잡이 가중되자 대형트럭 회사의 경영주들은 비난의 화살을 손수레 상인들에게 돌리기 위해 밀실에서 음모를 꾸민다.
이들의 최종적인 목표는 ‘트럭을 제외한 거리의 모든 차를 쓸어버리려는 것’. 이들에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손수레 상인들은 일차적인 제거 대상이다.
다른 사람의 생계야 어떻게 되건 말건 오로지 수송 수단의 ‘효율성’ 과 이익만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운 이들의 야만적 행태는 좀처럼 제동 걸릴 것 같지 않다.
이들로부터 회사의 주식을 받고 제 배를 채운 뉴욕 시장은 손수레 상인들에 대한 체포령을 발동하려 하고, 어떤 언론도 “트럭이 너무 많고 너무 커서 교통체증이 가중되는 것 같다”는 상식적 주장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결국 사과와 배, 핫도그, 소금절인 양배추, 꽃, 신발장식, 나일론스타킹, 쓰고 버린 상자 따위를 팔아 먹고 사는 손수레 상인들이 직접 생존권투쟁에 나서는데…
풍자적으로 묘사되는 손수레 상인과 트럭 회사 경영주들의 전쟁 전개 과정은 사회적 강자와 사회적 약자,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축소판이다. 히피들의 행진을 연상시키는 손수레들의 퍼레이드,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평화주의자…등 1960년대 중반(1964년) 발행된 이 책에서는 당시 미국 사회의 반전(反戰)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재개발 업자와 철거민, 대형할인점과 재래시장의 영세상인 등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전쟁’을 설명하는 데도 모자람이 없다.
탐욕스러운 대자본가, 이들과 결탁한 부패한 정치인, 진실을 호도하는 미디어 등 전쟁을 둘러싼 을씨년스러운 풍경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현실에서는 대개 약자들의 처절한 패배로 결말나지만 소설은 손수레 상인들의 승리로 끝난다. 대상 독자는 초등학생이지만 현실이 이 소설과 다르다는 역설을 이해하려면 중학생 이상은 돼야 할 것 같다. 원제 Push cart war.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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