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핵시설 폐쇄와 불능화 등을 협의할 6차 6자회담이 회담 연장에도 불구하고 성과 없이 끝나자 이번 사태가 향후 협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북한이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동결자금의 송금지연을 문제 삼아 협상을 거부하고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회담장에서 철수한 것을 계기로 북측과 5자 당사국이 모두 강경자세로 돌아서 영변 핵시설 폐쇄 등 초기조치가 지연되고 향후 회담이 교착에 빠지는 악순환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6자회담의 파행이 북측의 지나친 고집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미국 내 대북 강경론이 다시 고개를 들 우려가 커졌다. 중간선거 패배 후 부시 행정부 내 협상파가 주도권을 잡고 외교적 해결 노력을 계속해 왔지만 이번 사태로 협상파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미 재무부 부차관보가 19일 6자회담 개막 직전 베이징(北京)에서 BDA 자금의 전액 반환 성명을 발표하는 성의를 보였는데도 북측이 고압적인 자세로 나왔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미국 내에서 당장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이날 “미측이 BDA 자금 전액 반환을 선언했는데도 북측이 회담을 파국으로 몬 점으로 볼 때 핵무기 포기 약속을 지킬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북측 강경론자에게도 좋은 공격 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측 온건론자는 이번 BDA 송금 지연에 대해 국제금융거래의 기술적 문제로 이해하려 하겠지만 강경론자는 “미국은 BDA 해결 의지가 없고, 이번 사태는 실수가 아닌 술수”라고 몰아붙일 가능성이 크다.
북측이 이번 6자회담에서 철수한 것은 내부에서 강경론이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조선신보도 6자회담 내내 2ㆍ13합의 30일 내에 해결키로 한 BDA 자금 반환문제를 언급하면서 “돈이 문제가 아니라 약속 위반이 문제”라고 미측을 비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 모두 상황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으리란 관측이 우세하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북측을 비판하는 대신, “올해 내에 핵시설 불능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협상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북측 김성기 차석대표는 휴회에 앞선 수석대표회의에서 “BDA만 해결되면 초기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아쉬움을 먼저 표했다고 한다.
한국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북한은 BDA문제가 해결되면 다음 회담이 열리기 전이라도 2ㆍ13합의를 다 이행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다만 협상을 다시 시작해도 분위기는 좋지 않을 것으로 보여 북측과 나머지 국가들이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베이징=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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