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의 ‘3불(不)정책’을 놓고 찬반 시비가 불붙고 있다.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위원회가 21일 “3불정책은 암초 같은 존재” 라고 비판한 데 이어 22일 사립대 총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3불을 없애라”고 요구하면서 국ㆍ사립대가 반(反) 교육부 연대를 형성하고 있다. 3불정책 반대론자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도 논쟁에 가세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일축했다.
● 사립대 총장들, “3불 없애라”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연 회장단 회의는 교육 정책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여러 교육 현안을 놓고 다양한 논의가 있었지만, 핵심은 3불정책 폐지 문제였다. 1시간여의 회의가 끝난 뒤 회장단 15명은 “3불은 더 이상 안 된다”고 결론 내렸다.
사립대 총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회의 후 “3불정책은 대학 경쟁력을 가로막는 대표적 규제”라며 “교육부에 폐지를 건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손 총장은 “대학 학생선발권 보장 차원에서도 3불은 재고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건의 시점은 5월4일 열릴 사립대총장협의회 총회 이전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 3불 폐지 논란 확산 불가피
서울대에 이어 사립대 총장들이 3불정책 폐지를 주장하고 나섬에 따라 교육부와 대학간 갈등은 본격화 할 조짐이다. 진보와 보수 교육단체들이 뛰어들 경우 자칫 입시 정책을 둘러싼 이념 논란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3불 폐지를 요구하는 대학들의 논리는 단순하다. 교육부가 입시 정책을 규제하고 있어 원하는 학생들을 뽑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학교생활기록부(내신), 논술 등 대학별 고사만으론 ‘옥석’을 가리기가 매우 어려워 3불정책을 없애라는 뜻이다. 고려대 등 주요 사립대가 2008학년도 대입 전형부터 수능 비중을 대폭 확대키로 한 것도 3불정책에 대한 이 같은 불만을 반영한 것이다.
주요 대학들은 특히 본고사 부활과 기여입학제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본고사는 우수 학생 선발을 위해, 기여입학제는 열악한 재정에 숨통을 터주는 단비가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 교육부, “절대 불가”
교육부는 3불 파장이 커질 기미를 보이자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갖고 “3불 폐지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본고사 시절 입시 부정 등 갖가지 혼란을 지켜보지 않았느냐”며 “사회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게 뻔한 사안에 정부가 동의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국 고교를 서열화해 대입 전형에 반영하는 고교 등급제는 교육의 기회 균등과 공정성에 위배되며, 기여입학제는 “돈만 있으면 명문대학에 갈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김신일 교육부총리도 지난해 국회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정부의 3불정책은 원활한 입시체제 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교육계 일각에선 대학 자율화가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만큼, 입시 규제 방안인 3불정책의 개선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성삼 건국대 교육대학원장은 “무조건 폐지와 이에 대한 반대 주장은 불필요한 소모전일 뿐”이라며 “대입 자율화가 세계적인 추세인 점에 비출 때 3불정책의 존폐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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