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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르포-직접 가봤더니/ 학원비 실태점검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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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르포-직접 가봤더니/ 학원비 실태점검 현장

입력
2007.03.22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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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납부 내라""없다" 신경전

"어떻게 오셨나요?"

"강남교육청에서 (학원 수강료 지도 점검) 나왔습니다"

초등학생 10여명을 상대로 수학을 가르치던 A학원 B원장은 예상치 못한 5명의 '불청객'을 맞고선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정부의 사교육 대책 발표와 학력 위조 학원강사 구속 등의 소식이 전해지던 날이어서 학원가는 가뜩이나 어수선하던 터였다.

서울 강남교육청에서 학원지도담당을 맡고 있는 배명호(46)씨와 2명은 학원 단속팀을 꾸려 20일 오후 8시20분 강남구 A학원을 '조용히' 급습했다. 본보 기자 2명도 하루 지도 모니터 요원으로 이들에 합류했다. 서울시교육청이 "15일부터 한 달 동안 새 학기를 맞아 수강료를 과다 징수하는 학원을 적발해 조치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으로 이날은 단속 4일째였다.

이내 침착함을 되찾은 B원장은 "통보를 못 받았다"며 조용히 따지듯 물었다. 그러나 항의는 먹히지 않았다. 특별 지도점검은 원래 불시에 하게 돼 있다는 규정을 B원장은 몰랐다.

지도반은 ▦시간표 원본 ▦카드 전표 ▦영수증 원부 ▦수강생 대장 ▦현금출납부 등 다섯 가지 자료를 요구했다. 강의는 시간표대로 운영하는지, 정해진 수강료만 받고 있는지 등을 검토하기 위해서였다.

상황이 불리하다는 점을 깨달았는지, B원장은 이번엔 "사전 통보 없이 지도 단속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버텼다. 학원 운영 8년 만에 '불시 단속'은 처음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2003년 대대적으로 학원 운영 점검실태를 벌일 때조차 공문은 내려 보낸 적이 없다"는 설명에 이번에도 할 말을 잃었다.

학원측이 계속 자료 제출을 거부하자 단속팀도 태도를 강경하게 바꿨다. "지도 단속 거부는 과태료 부과나 고발 조치된다"는 설명과 함께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원장은 그제서야 "그런 뜻이 아니라…"며 공무원들을 붙잡고는 혼잣말로 "아이고, 미치겠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격하게 항의하던 태도는 어느새 읍소로 바뀌었다. "수업은 물론, 청소 총무일까지 학원장인 나 혼자 다하는데 영수증이나 현금출납부 기록 등을 언제 따로 정리하겠냐"고 하소연했다.

그의 말 속엔 '큰 학원 다 놔두고 하필 우리같이 조그만 학원을 뒤지냐'는 듯한 억울함도 배어 있는 듯 했다. "국세청이 세무조사 때 받아가는 카드 전표를 교육청이 달라는 건 '이중 행정' 아니냐"는 항변도 했다.

그러나 단속 대상 선별 기준은 '학원비를 지나치게 많이 받는다'는 신고가 들어오거나 한동안 학원비 점검을 받지 않은 학원, 또는 무작위 선정 등에 따른다는 게 교육 당국의 설명이다.

단속에 나선 한 교육청 직원은 "10곳 중 2, 3곳은 고학력자들이 취업난 때문에 생계를 위해 차린 소규모 학원"이라며 "근근히 학생 머릿수 맞춰 운영하는 곳일수록 회계나 행정이 소홀할 수밖에 없어 이런 불시 단속에 매우 취약하다"고 말했다.

박원기기자 one@hk.co.kr

■ 수강료 모니터링제 '약발 글쎄'

교육인적자원부는 ‘2007년 사교육 대책’을 통해 상반기중 ‘실제 수강료 모니터링제’를 마련하고 9월부턴 ‘수강료 표시제’를 도입키로 했다. 학원의 수강료 편법 인상을 막는다는 취지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단속 인원이 절대 부족한데다, 제도 자체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ㆍ서초구 일대의 보습학원과 입시학원 등은 대략 1,300개다. 그러나 이 학원들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청 직원은 모두 3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학원은 실체라도 있지만, 일부에서 은밀히 형성된 고액 과외 네트워크는 제보 없인 적발이 불가능하다. 강남교육청 김정애 주사는 “학부모 중엔 ‘왜 안 잡냐’고 항의하는 분들이 많다”며 “그러나 막상 ‘어딘지 알려달라’고 하면 자신도 직ㆍ간접적으로 엮여 있기 때문인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목동을 중심으로 신흥 ‘사교육 1번지’로 떠오른 강서ㆍ양천구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곽두용 강서교육청 평생교육지도담당 주사는 “최근 단속기간을 맞아 전(前) 담당 공무원들을 포함해 13명이 6팀을 이뤄 매일 절반씩 교대로 활동하고 있지만 기간이 끝날 때까지 1,300개 학원 중 100여 곳 정도만 제대로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가 변화 무쌍한 사교육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가 9월 도입키로 한 ‘수강료 표시제’에 따르면 각 학원은 수강료와 교재비 개별지도비를 모두 포함한 ‘체감 학원비’를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엔 목동 대치동을 중심으로 소규모 그룹 학원에서 ‘무학년제반’ ‘영재반’ 등이 유행하고 있다. 이 학원들은 일반 학원처럼 ‘주 3회 6시간 수업, 1달 수강료 20만원’식으로 학원비를 받는 게 아니다.

‘1회에 얼마’식으로 돈을 받는다. 한 학원 관계자는 “요즘 학원비는 암암리에 반 편성이 아니라 학생 개인에 따라 달라지는데 일일이 ‘A학생=10만원, B학생=13만원’식으로 공개할 수 있겠냐”며 “정부 정책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표본”이라고 꼬집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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