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소인 농촌경제연구원은 어제 정부의 농어촌 지원체계가 중복 또는 나눠먹기식으로 이뤄져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농어촌업무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1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란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10년간 농업 구조조정과 농촌개발에 68조원을 쏟아 붓고, 도하개발어젠다(DDA)에 따른 농촌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4년부터 10년간 또다시 119조원을 투입하는 차에, 이 돈의 효율성 문제를 제기한 보고서의 의미는 각별하다.
내용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농촌체험관광 정보화사업 향토산업 팜스테이 등 다양한 관련사업을 벌인다며 여기저기서 100억원 이상의 예산을 끌어대는 '스타마을'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는가 하면, 생활용수와 하수도 정비사업 등의 경우 면과 마을 단위로 농림부 행정자치부 환경부 등 소관부처가 다르다.
또 유사한 성격의 사업이 아무런 연계성 없이 여러 부처에 의해 추진되거나, 오지개발사업을 명목으로 한 면에 지원된 20억원을 향후 존속여부도 불투명한 십수개의 마을이 1억여원씩 나눠 갖는 사례도 지적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엊그제 농업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에 비해 과도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취지로 "농산물도 상품경쟁력이 없으면 존속할 수 없는 이상, 농업도 시장 안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천문학적 규모로 지원된 농촌지원 예산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집행됐다는 비판은 부인했다. 경지정리와 농업기반시설 확충 등에 효율적으로 사용돼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보고서를 보고도 그런 주장을 계속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담당 지방공무원들이 "전문성 없는 중앙부처가 관련사업을 맡아 중복ㆍ나눠먹기 지원을 일삼았고 사업의 지속적 관리도 되지 않는다"고 답한 것을 보면 한때 "농업예산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나돈 것도 무리가 아니다.
참으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농업이지만 '성과 있는 곳에 지원 있다'는 원칙을 다시금 분명히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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