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미 상원의원을 독재자로 묘사한 안티 동영상의 제작자가 당내 경쟁자인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의 웹사이트를 관리하는 업체의 직원으로 드러났다.
‘블루 스테이트 디지털’에서 일하는 필 데 벨리스는 정치 블로그 사이트인 허핑턴포스트닷컴(huffingtonpost.com)의 블로그에서 자신이 문제의 동영상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블루 스테이트 디지털’은 오바마 의원을 비롯한 다수의 의원 홈페이지에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이다.
벨리스는 5일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올려져 무려 150만명이 본 이 동영상을 자기 집에서 본인 소유의 매킨토시 컴퓨터로 만들었으며, 따라서 ‘블루 스테이트 디지털’이나 오바마 측에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측도 “이 동영상 제작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으며, 어떠한 관련도 없다”는 해명을 발표했다. 회사측은 벨리스가 고객과 관련된 정치적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회사 규정을 어겼기 때문에 그를 파면했다고 밝혔다.
힐러리 측은 이에 대한 즉각적인 논평을 거부했지만, 최근 TV 인터뷰 중 이 광고에 대해 질문을 받고 “사람들 관심이 국가(國歌) 동영상에서 멀어져서 오히려 좋다”며 웃어 넘겼다. 국가 동영상은 힐러리가 국가를 엉터리 음정으로 부르는 것을 녹화해 역시 큰 화제가 됐던 동영상이다.
벨리스는 블로그에서 “이 영상의 드러난 주제는 오바마가 새로운 방식의 정치를 상징하며, 클린턴 의원이 말하는 ‘대화’는 솔직하지 못하다는 것”이지만 “예전의 정치적 기계(방송, 신문 등)가 더 이상 모든 힘을 쥐고 있지는 않다는 뜻도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 동영상은 시민이 직접 만든 첫 번째 (정치) 광고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라면서 네티즌이 내년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에 오바마가 승리했으면 좋겠지만 힐러리가 승리하더라도 힐러리를 응원할 것이며, 힐러리를 나쁜 사람이나 독재자라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벨리스의 동영상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응용해 1984년 애플 컴퓨터사가 만들었던 광고를 변형해 만든 것이다. 오웰은 <1984>에서 독재자 ‘빅 브라더’에 의해 통제되는 암울한 전체주의적 미래상을 경고했는데, 애플사는 IBM 컴퓨터가 독점할 경우 암울한 미래가 올 것이라면서 매킨토시 컴퓨터를 광고했다.
애플사의 광고는 수많은 사람들이 로봇처럼 열을 지어 들어와 경직된 표정으로 독재자의 말이 반복해 흘러나오는 커다란 스크린을 쳐다보는데, 한 여성 운동선수가 도끼를 던져 스크린을 깨 버리는 내용이다.
벨리스는 독재자의 영상을 힐러리의 영상으로 바꾸었고, 마지막 부분에 “내년 1월 14일, 민주당 경선이 시작된다. 당신은 왜 2008년이 ‘1984’와 다른 지 알게 될 것이다”라는 문구 뒤에 ‘BarackObama.com’이라는 웹사이트 주소가 뜨도록 변형했다.
미국 정계와 미디어 업계는 이번 사건을 인터넷이라는 뉴미디어가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사례로 보고 주목하고 있다. 조지워싱턴대 정치ㆍ민주주의ㆍ인터넷 연구소의 캐롤 다르 소장은 “이번 사건은 서장에 불과하다”면서 “인터넷은 주류로 가고 있으며, 수백만명의 주목을 받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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