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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외교수장의 경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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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외교수장의 경솔함

입력
2007.03.22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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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4월 임동원 특사의 방북으로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풀려갈 즈음 최성홍 당시 외교부 장관은 미국에서 "워싱턴의 강경정책이 있었기 때문에 북한이 대화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북한은 강력히 반발하며 남북대화를 거부했고, 상황을 풀기 위해 정부는 한동안 진땀을 빼야 했다.

21일에는 송민순 외교부 장관이 서울에서 유사한 발언을 했다. 그는 서울대 정치ㆍ외교학과 총동문회 초청강연에서 "북한은 예측하기 어렵고 골치 아픈 집단"이라고 말했다.

그날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6자회담이 BDA 자금 입금 문제 때문에 공전되고 있을 때였다. 북한은 "돈이 계좌에 들어올 때까지 협상에 응할 수 없다"며 버텼다. 북한의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웠을 것이란 걸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물론 발언 전체의 맥락은 6자회담과 합의 사항을 조심스럽게 잘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민감한 시기에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그런 표현은 외교수장으로서 마땅히 절제했어야 했다. 아직 북한이 이것을 문제 삼고 있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송 장관은 지난해 10월 청와대 안보정책실장 시절에도 21세기 동북아 미래포럼에서 "인류역사상 가장 전쟁을 많이 한 나라는 미국일 것"이라고 말해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송 장관은 평소 외교적 수사를 노련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가장 중요한 대화 상대라고 할 수 있는 북한과 미국에 대해 이처럼 신중하지 못한 발언을 한 것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그는 전날 강연에서 6자회담 2ㆍ13합의에 대해 "언제든 깨지기 쉬운 취약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송 장관 스스로가 유념해야 할 말이다.

신재연 정치부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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