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외선 카메라 등 첨단 장비를 동원한 사기 도박단이 붙잡혔다. 이들은 돈은 많지만 실력이 없는 ‘호구’를 모으기 위해 ‘바람잡이’를 고용했고, 폭력배인 ‘진상처리반’은 돈을 돌려달라는 고객을 사정없이 두들겨 팼다.
사기 도박단은 호구를 물색하는 일부터 착수했다. 호구는 바카라 등 게임을 잘 할 줄 모르는 자영업자와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많았다. 호구를 안심시키기 위해 강원랜드 전문 딜러 출신을 고용, 신뢰감을 줬다. 호구를 붙들기 위해선 바람잡이가 필요했다.
바람잡이는 “강원랜드까지 갈 필요가 있냐. 강남에도 호구들이 많으니 딸 수 있다”며 고객들을 부추겼다. 바람잡이 ‘양언니’는 지난해 12월 첫 방문한 자영업자 김모(42)씨에게 1,000만원을 잃어 줬다. 김씨는 이후 제 발로 도박장을 찾았다.
사기 도박단은 특수 물질로 카드 뒷면에 숫자나 무늬를 표시한 ‘목 카드’로 호구들을 속였다. 눈으론 식별할 수 없지만 카지노바 종업원들과 게임에 참여한 일당들은 특수 콘택트렌즈와 벽면에 설치된 적외선 카메라로 고객의 패를 훤히 볼 수 있었다. 고객 패는 판독실 모니터를 통해 무전기로 전달됐다.
귓속에는 자성 물질이 들어 있었고 미리 정한 수신호를 통해 정보를 교환했다. 이들은 고객에게 음료수를 주며 시간을 끌면서 패가 미리 정해진 순서대로 나오도록 하는 이른바 ‘탄 카드’로 바꾸기도 했다. 특수장비설치 기술자에겐 사기도박 이익금의 30%를 줬다.
이들은 ‘진상처리반’ 명목으로 폭력배를 썼다. 실제 3억5,000만원을 잃은 김씨가 돈을 돌려 달라고 항의하자 1억7,000만원을 주겠다는 지불각서를 써줬지만, 김씨가 막상 지불을 요구하자 집단 폭행하고 협박까지 했다.
서울경찰청 형사과는 22일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에 카지노바 3곳을 차려놓고 두 달 동안 손님 30여명에게서 10억원을 챙긴 혐의로 업주 권모(39)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종업원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강남 일대 카지노바의 80%가 이 같은 사기 도박으로 고객을 속이고 있다는 진술을 확보, 특수장비를 개발한 기술자들을 쫓고 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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