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해에 추락한 KF-16과 똑 같은 추락 위험을 안고 3년 넘게 운용된 전투기 엔진이 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이번에도 단순 정비 소홀이 아니라 정비기록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져 공군의 정비체계 및 감시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군은 22일 KF-16 사고 이후 특별직무감찰을 실시, KF-16 엔진의 핵심 부품인 ‘터빈 블레이드 지지대’에 결함이 있는 것을 알고도 “이상 없다”고 허위 정비기록을 남긴 엔진 터빈 1개를 추가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엔진 터빈은 미국 프랫 앤드 휘트니(P&W)사가 1993~94년 제작한 것으로, 블레이드 지지대의 열처리 잘못으로 고온에서 파열될 위험이 있어 2004년까지 교체하도록 통보 받은 제품이다.
터빈 블레이드 지지대는 터빈 내부에서 고속 회전하며 공기를 압축해 엔진의 연소율을 높이는 블레이드를 고정하는 장치다.
공군 한상균 공보과장은 “교체 통보를 받은 엔진 터빈 총 60개 중 블레이드 지지대 교체가 확인된 26개를 제외한 34개 중에서 작업 기록이 미흡하다고 판단한 3개와 정상 기록된 2개를 골라 분해한 결과 1개에서 사고기와 유사한 결함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공군은 “추가 점검을 통해 현재까지 10개의 엔진 터빈에서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전체 엔진을 완전 분해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비 조작이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건으로 공군 주력기인 KF-16용 엔진 터빈 172개 중 30% 가량이 비상 점검에 들어갔으며, KF-16 가동률도 60%로 떨어지는 등 공군 전력에 차질을 빚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건에 책임을 지고 21일 사의를 표명한 김성일 공군참모총장의 표현대로 군수지원 분야의 ‘충격’적인 ‘체계상 부실’이다.
대당 420억원이 넘는 고가의 군수장비를, 더욱이 조종사의 인명과 직결되는 전투기 엔진 정비를 부품 교체 지시까지 받아놓고도 “분해해 본 결과 이상이 없다”고 허위 보고하는 일이 왜 발생했는지, 사고 전에 왜 미리 알아내지 못했는지 하는 것이다.
국방부는 공군의 자체 감찰과 별도로 8~23일 공군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예산 및 인력 부족으로 정비를 감당하지 못해 허위 보고를 했는지, 정비관련 예산을 다른 목적으로 전용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군 당국자는 “정비사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스템의 문제”라고 말해, 공군 군수체계 전반에 문제가 있음을 내비쳤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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