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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CSI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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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의 길 위의 이야기] CSI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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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2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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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케이블 TV에서 방영되는 드라마 의 광팬이다. 만 시작되면, 남편이 자든 말든, 말을 걸든 말든, 도통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해서, 나도 옆에 앉아 몇 번 같이 보기도 했다.

를 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한 편 한 편 시체는 예사로 등장하고(그것도 대부분 절단된 상태로), 연쇄살인범이나 강간범, 유아납치범들도 내가 안 나오면 서운하지요, 하며 매번 얼굴을 내민다.

드라마는 나름대로 박진감 넘치고, 스릴 있다. 등장하는 수사관들의 캐릭터 또한 기계적이지 않고 입체적이다. 킬링타임용으론 손색없는 드라마이다. 문제는, 그것이 미친 영향이다.

를 시청한 이후, 아내는 뉴스를 통해 어떤 사건을 접하기만 하면, 혀를 쯧쯧 차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 현장보존을 저렇게 하면 안 되지, 사건을 저렇게 감으로만 접근하면 어떻게 해, 답답하다 답답해. 아내가 그렇게 탄식할 때마다, 나는 마치 호레시오 반장과 한 집에서 살고 있는 것 같은 어색함을 느꼈다.

내가 이 정도이니, 실제 사건을 맡은 형사들은 오죽할까? 때문에 'CSI효과'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고 한다. 그 말의 뜻은 '피해자에게 과학적 범죄감식이 3일이면 된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현상'이라고 한다. 먼 나라 드라마 때문에, 이래저래 형사들만 죽어나게 생겼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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