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를 전통 사찰로 복원하고 수행과 휴식 도량으로 만들겠습니다.”
봉은사 주지 명진(57) 스님이 23일 봉은사 중장기 발전계획을 내놓았다. 서울 강남의 고층 빌딩과 고급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봉은사는 ‘부자 사찰’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선종 수사찰’(禪宗 首寺刹)의 명성을 점차 잃고 있는 게 사실. 이에 명진 스님은 봉은사를 도심 속 전통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 시민들이 수행 및 휴식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봉은사는 도시공원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건물의 신축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상에 소나무 숲과 산책로를 조성해 전통 사찰의 외양을 되찾을 계획이다.
대신 지하에 5층 규모의 건물을 마련해 1,000여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법당과 문화공연장, 전시관 등을 갖출 예정이다.
수행과 포교의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 참선센터를 건립하고 다양한 관련 프로그램도 마련하기로 했다. 직장인을 위한 수요야간법회, 인근 테헤란로와 코엑스의 CEO를 대상으로 한 새벽 명상 프로그램, 하루 200명에 달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해외 포교를 위해서는 일제 강점기에 북간도 지역에서 활동했던 선승 수월(水月ㆍ1855~1928) 스님의 추모사찰을 중국 옌볜(延邊) 옌지(延吉)에 건립키로 했다.
이를 위해 건평 240평 규모의 건물을 최근 구입했으며 수월 스님을 기리는 수월정사(水月精寺)를 6월께 개원할 예정이다. 명진 스님은 “중국에 한국 사찰이 세워지는 것은 처음”이라며 “재중동포가 다수 거주하는 이 지역의 포교에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주지로 취임한 명진 스님은 현재 매일 새벽 4시, 오전 10시, 오후 6시 세 차례에 걸쳐 1,000배를 하면서 중창 불사를 위한 1,000일 기도를 하고 있다. 794년 신라 원성왕 때 창건된 봉은사는 1551년 선종 수사찰로 지정돼 조선불교 중흥의 산실 역할을 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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