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색 페인트 칠 낙서로 훼손된 사적 101호 삼전도비(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낙서를 지우는 작업이 22일 시작됐다. 페인트 제거용 팩을 발라서 낙서를 지우는 습포식 방식으로, 4월 말까지 마칠 계획이다.
습포식은 페인트를 녹이는 유기용제와 이 액체의 증발을 막는 광물질 세피올라이트를 섞은 습포제를 낙서 자리에 바른 다음 굳기를 기다려 다 마르면 걷어내고 수증기로 씻어내는 방식이다. 얼굴에 하는 미용팩과 같은 원리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삼전도비의 대리석 몸통을 전혀 상하지 않게 하면서 페인트만 지우려면 습포식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 방식으로 이날부터 현장 작업에 들어갔다.
그동안 유기 용제로 녹이기, 습포법, 레이저로 지우기, 미세 입자를 쏘아 벗겨내기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20여 차례 모의 실험을 해본 결과 이 방법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레이저를 쓰면 비석이 상할 염려는 없지만 빨간 색은 잘 안 지워지고, 다른 방법은 대리석의 풍화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것. 국립문화재연구소 이규식 보존과학실장은 “삼전도비의 낙서 페인트가 워낙 진해서 습포 작업을 적어도 다섯 번 이상 반복해야 깨끗이 지워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전도비는 병자호란 당시 10만 대군을 끌고 조선을 침공한 청 태종이 조선 인조의 항복을 받고 세운 전승 기념비로, 지난 달 백모씨가 비석의 앞뒤에 ‘철거 370’ 이라고 빨간 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크게 낙서를 해서 흉해진 상태다.
높이 약 4m의 이 비석에 새겨진 글은 청 태종을 칭송하고 조선을 바닥까지 낮추는 굴욕적인 내용으로 치욕의 역사를 증언한다. 때문에 왜 굳이 보존해야 하느냐는 반발도 간혹 있던 참에 낙서 사건이 터졌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