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빛 완연한 가운데 서울과 부산에서 잇따라 패션컬렉션이 열린다. 런던과 밀라노 파리 뉴욕 등 해외 유수의 컬렉션이 이미 폐막, 올 가을겨울 유행 경향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낸 시점이지만 내수 시장을 겨냥한 국내 디자이너들의 행보를 그냥 지나치기는 아쉽다.
매년 봄 가을 두 차례씩 열리는 패션컬렉션,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 달 28일 개막하는 서울컬렉션부터 4월 12일 열리는 프레타포르테 부산에 이르기까지 컬렉션 일정과 관람 포인트를 소개한다.
07ㆍ08 F/W 서울컬렉션
서울시와 산업자원부가 주최하는 국내 최대 규모 컬렉션답게 올해 48명의 디자이너가 참가, 28일~4월 5일 서울 강남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펼쳐진다.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를 비롯 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KFDA), 뉴웨이브인서울(NWS) 등 디자이너 그룹과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개별 디자이너들이 참가한다.
올해 서울컬렉션은 다소 친절해졌다. 남성복과 여성복의 복종별로 일정을 조절, 관심있는 분야의 패션쇼만 집중해서 볼 수 있도록 시도했다. 참가 디자이너들의 수준이 들쭉날쭉하고, 지나치게 일정이 길어 해외는 물론 국내 바이어 조차 전체 일정을 소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이다. 남성복 쇼는 28,29일에 열린다.
각 패션쇼 사이 1시간 30분 정도의 쉬는 시간에 참관객들이 컬렉션에 나선 디자이너브랜드의 다양한 상품을 직접 접해볼 수 있도록 쇼룸 및 구매상담 부스도 마련한다. 쇼 참관을 원하는 일반인들은 서울컬렉션 홈페이지(www.seoulcollection.org)에서 1쇼 당 7,000원에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07 F/W 프레타포르테 부산
한 나라를 대표하는 컬렉션이 두 개일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다분히 서울컬렉션의 손을 들어주는)에도 꿋꿋이 컬렉션을 진행해온 프레타포르테 부산은 올해부터 연 2회로 확대 개최, 오히려 주류 컬렉션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 컬렉션은 매 시즌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을 한 두 명씩 유치하는 데 성공, 패션애호가들을 흡인하는 것이 장점이다.
다음달 12~14일 부산 전시컨벤션(BEXCO)에서 펼쳐지는 이번 컬렉션에는 지난 연말 제일모직이 운영하는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로 선정돼 화제를 모은 정혁서ㆍ배승연 커플이 런던에서 런칭한 캐주얼브랜드 ‘스티브 유니 스튜디오’로 참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정씨는 런던 패션 명문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수석 졸업했다.
또 프랑스의 유망한 신예 가스파르 유르키에비치, 동대문 출신 디자이너로 젊은 남성들의 열광적 지지를 끌어내고 있는 최범석 등이 무대를 준비한다. 티켓은 홈페이지(www.papbusan.com)을 통해 무료로 신청할 수 있다.
쇼, 패션 연출의 모범답안
컬렉션을 보는 즐거움 중 하나는 패션 전문가들의 스타일링 노하우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디자이너가 창의적 디자인을 통해 유행을 제시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치고, 참관자 입장에서는 유행할 아이템들을 실제로 어떻게 연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컬렉션 장에 바이어와 프레스는 물론 그토록 많은 스타일리스트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옷만 보지 말라
굳이 앙드레 김의 유명한 말, “패션은 종합예술이에요”를 옮기지 않더라도 패션애호가라면 패션쇼를 보면서 옷만 보지 않는다.
모델들의 헤어스타일과 화장법, 가방이나 목걸이 등 각종 액세서리류가 모두 ‘트렌드’의 이름으로 제시된다. 패션감각이 남다른 사람이라면 컬렉션을 통해 올 가을겨울의 유행 의상 뿐 아니라 국내 최고 수준의 헤어디자이너들이 제안하는 머리 스타일이나 화장, 심지어 모델의 이미지를 통해 여성미의 척도까지 꿰뚫어 볼 수 있다.
연예인 보러 컬렉션 간다고?
컬렉션 기간중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연예인 누가 어떤 디자이너 쇼에 왔더라’가 아닐까. 온라인을 점령한 연예 스타 소식은 패션컬렉션에도 갈수록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몇몇 디자이너는 “그나마 연예인 몇 명 불러야 각종 패션잡지나 인터넷을 통해 노출이 되니까 스타마케팅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고민을 털어 놓기도 한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패션쇼 앞 자리를 차지한 연예인들이 대부분 진짜 친분이나 단골고객이기 보다는 의상 협찬이나 사례금을 전제로 한 스타마케팅의 결과라는 점. 어떤 연예인이 누구의 쇼를 보러왔더라는 것이 브랜드 파워나 품질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구경꾼에게도 매너는 필수다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의 경우 패션쇼에서 관객이 디지털 카메라로 의상을 찍는 것은 엄격히 규제한다. 사전에 등록한 포토그래퍼가 아닌 이상 현장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다.
디자이너들이 다른 디자이너의 쇼를 보는 것도 예법에 어긋나는 것으로 친다.
오랜 산고 끝에 탄생시킨 디자인이 표절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국내는? 패션쇼가 한창 진행되는 동안에도 객석 곳곳에서 디카 플래시가 펑펑 터진다. 일부 디자이너가 금지 방송을 하고 있지만 고쳐지지 않는다. 패션 감각은 탁월하되 관람 매너는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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