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렛'하면 왠지 싸구려 냄새가 난다. 제 때에 안 팔린 철 지난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곳이니 그럴 만하다. 그런데 앞에 '프리미엄'이 붙으면 얘기는 달라진다.
미국에서 시작된 프리미엄 아웃렛은 세계 각국의 명품과 유명 브랜드가 직접 출점하는 새로운 스타일이다. 쾌적한 쇼핑환경과 최고의 할인율도 장점이다. 현재 미국 멕시코 일본 등에 40여 곳이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 6월 초 신세계첼시(신세계+첼시그룹)가 경기 여주시에 처음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 간판을 내건다. 어떤 명품이 구비되고, 쇼핑 환경은 어떨까. 아직 베일에 가려있지만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의 쌍둥이로 불리는 일본의 '고템바(御殿場) 프리미엄 아웃렛'을 꼼꼼히 살펴보면 여주의 정체(?)를 짐작해볼 수 있다.
쇼핑의 천국 프리미엄 아웃렛
도쿄 외곽의 온천휴양지 하코네(箱根) 부근에 자리잡고 있는 고템바를 찾았다. 토요일 오전 10시 개장시간이 다가오자 벌써부터 주차장이 붐볐다.
삼삼오오 가족단위로 찾은 이들은 쇼핑객이 아니라 나들이 온 것처럼 느긋하다. 아기자기한 꽃동산, 작은 연못을 잇는 다리, 아스라이 담기는 후지산의 풍경은 쇼핑 센터라기보다는 공원에 가까웠다. 북미의 숲 속 마을이 모델이다.
야외(1만1,000여평)에 드넓게 펼쳐진 수평의 쇼핑 동선은 백화점이나 쇼핑몰의 답답한 수직 동선과는 비교가 안 된다. 모든 매장이 1층이라 유모차를 끄는 주부들도 부담이 없다. 예쁜 건물이 줄지어 늘어선 거리를 거닐다가 맘에 드는 매장을 발견하면 저절로 발길이 머문다.
11개의 레스토랑과 수유실, 휴게실을 곳곳에 갖춰 하루종일 쇼핑을 해도 부담이 없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동산도 있다. 덕분에 쇼핑객들은 한번의 매장 방문으로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는 쇼핑'을 하고 있었다.
매장은 154개. 구찌 프라다 페라가모 아르마니 발리 코치 등 해외 명품 브랜드와 무인양품 질스튜어트 등 일본의 대표적인 국내 브랜드가 7대 3 정도로 섞여 있다.
의류 구두 가방 생활잡화 화장품 액세서리 등 다양한 종류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고 모든 매장은 직영으로 운영된다. 2008년에는 매장이 200개 이상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루이비통 샤넬은 없다
할인율은 매장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정상가의 25~40% 수준이다. 할인된 가격에 플러스 할인을 해줘 최고 65%까지 할인되는 매장도 있었다. 가격 경쟁력 때문인지 도쿄나 요코하마 등에서 온 일본인이 대부분이었지만 중국 홍콩 등에서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눈에 띄었다.
일본의 프리미엄 아웃렛 1호점인 고템바는 첼시재팬이 2000년 7월 문을 연 이래 연간 방문객 800만명, 연 매출액 400억 엔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일본엔 5곳의 프리미엄 아웃렛이 있다.
고템바 프리미엄 아웃렛은 쇼핑의 천국이지만 없는 것도 있다. 최고급 고가 명품으로 불리는 루이비통과 샤넬은 고템바 안에 매장이 없다. 프라다 정도만 편집매장 형태로 들어와 있다.
루이비통과 샤넬은 '노세일(N0 Sale)' 정책을 고집하는 콧대 높은 명품답게 아웃렛에 '프리미엄'을 붙여 명품 이미지를 강조하더라도 입점을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루이비통과 샤넬의 최고급 명품을 살 생각이라면 프리미엄 아웃렛에 절대 갈 필요가 없다.
고템바(일본)=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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