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문제가 끝까지 6차 6자회담의 발목을 잡았다. “호주머니에 돈이 들어와야 한다”며 버티는 북한 때문에 17, 18일 한반도 비핵화 실무그룹 첫 회의가 공전된 데 이어 핵시설 불능화 등을 다룰 6자회담도 폐막일인 21일까지 파행을 거듭하다 하루, 이틀 연장되게 됐다. BDA문제로 얼굴만 붉히다 끝난 지난해 말 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와 닮은 꼴이다.
당초 BDA 북한자금은 20일 밤 늦게나 21일 오전 베이징(北京) 중국은행의 조선무역은행 계좌에 이체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입금이 예정보다 지연되자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20일 오후 늦게 북미, 남북회동을 잠깐 가진 뒤 폐막일인 21일 오후 5시까지 아예 회담장인 댜오위타위(釣魚臺)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회담장에는 북측 실무진만 서성거렸고, 김 부상은 주중 북한대사관에 머물렀다. 결국 의장국인 중국은 오후 5시께부터 잇단 양자접촉을 가진데 이어 만찬을 겸한 수석대표 회동을 통해 회담 성과를 보자고 설득했고 밤늦게 열린 수석대표회의에서 회담 연장이 결정됐다.
특히 김 부상도 BDA해결을 위해 회담연장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북측이 5자 당사국을 붙잡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6자 회담 파행의 빌미가 된 BDA자금 이체 지연은 여러 절차가 꼬이면서 빚어졌다. 우선 BDA에 묶인 자금을 베이징 중국은행으로 보내기 위해 사망한 박자병 전 조광무역 총지배인 등 50개 계좌 소유주로부터 계좌이체 신청서를 받는 북측의 작업이 늦어졌다.
더욱이 서류작성 마저 부실해 BDA은행이 사후문제 발생을 우려해 이체를 꺼렸다. 게다가 BDA로부터 자금이 옮겨지는 중국은행측도 BDA 북한자금 2,500만달러 중 상당 부분이 불법 자금이라 신인도 저하 등을 우려, 송금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북측은 30일 내(3월 15일)에 BDA문제를 해결하겠다는 2ㆍ13합의 당시 미측의 공약을 근거로 “돈이 문제가 아니라 약속을 어긴 게 문제”라며 조선신보 등을 통해 미측을 비판했다. 그러나 자금이체 지연에는 북측도 상당한 책임이 있어 자가당착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북측의 이러한 자세에 대해 회담장 안팎에는 “미측이 송금을 약속했는데도 ‘길들이기’ 차원에서 트집을 잡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2005년 9ㆍ19공동성명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BDA 고깔을 씌운 미측에 대한 분풀이라는 것이다. 남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후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아주 사소한 장애에 불과한데 북측이 왜 회담에 나서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베이징=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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