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농업 분야 고위급 협상에서 양측은 일부 품목의 농산물 관세 문제에서 합의를 이루거나 의견 접근을 봤지만 쇠고기 등 초민감 품목에 대한 합의는 보지 못해 결국 이 문제는 26일 열리는 장관급 협상으로 넘어가게 됐다.
민동석 농림부 통상정책관(차관보)은 21일 밤 정부 과천 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미국은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광우병 통제국' 판정이 확실한 만큼 뼈를 포함한 쇠고기 전면 수입이 언제부터 가능한지 다음 주까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우리는 OIE 판정 확정 이후에도 절차에 따라 검역조건을 정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해 합의를 보지 못했다"며 "다만 농산물 관세에 있어 일부 품목은 합의하거나 의견 접근을 이뤘다"고 밝혔다.
그는 쇠고기 검역 문제가 한미FTA의 '딜 브레이커'(협상결렬요인)가 될 가능성에 대해 "검역 문제는 FTA의 의제가 아니기 때문에 다음 주말까지 해결되지 않아도 협상 자체를 결렬시킬 요인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FTA 자동차 부문 협상에서 우리측이 미국의 29개 자동차 품목의 관세 전체를 3년 내에 철폐하는 것을 협상 목표로 정한 것으로 알려져, 이 목표의 관철 여부가 막판 한국측 협상력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미국도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로 자동차를 꼽으면서 관세 철폐를 최대한 늦춘다는 입장이어서 고위급 협상에서도 자동차 분야의 양국간 입장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은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혜민 외교통상부 한미FTA 기획단장은 기자 브리핑에서 "자동차 관련 품목이 29개인데 기본적으로 모두 3년 내에 관세를 철폐하라고 미국측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한국이 자동차 세제와 자동차 기술표준을 바꾸면, 자동차 관세율 인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얼마나 빨리, 어느 정도의 관세 인하가 가능한지 구체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단장은 "수석대표 회담에서 진전이 있는 부분도 있다"고 말해, 일부 쟁점에서 합의 도출이 가시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다음주 열릴 통상장관 회담의 의제에 대해 "10개 정도의 쟁점이 남을 것"이라며 "농업과 섬유는 바꿀 수 없지만, 다른 해법(연계)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협상 타결 시점으로 30일을 예상했다.
김 대표는 또 "미국산 쇠고기는 관세가 40%지만 (가격경쟁력이 있어) 수입이 잘 됐다"며 사실상 쇠고기 문제의 초점을 검역 문제로 돌려 농업 분야 협상을 맡은 민 정책관과는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진성훈기자 워싱턴=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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