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범 여권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가 하나 있다. 바로 호남민심을 잡는 일이다.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받지 않고선 한나라당 후보와의 싸움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손 전 지사는 나름대로 호남민심을 얻기 위한 정지작업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DJ)에 대한 구애성 발언이 적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8일 “DJ의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 사람들에 대한 대북 송금 특검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탈당을 1주일 앞둔 12일에는 “경상도도 전라도 정권이 한 것에 대해 평가하고 마음을 편하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손 전 지사는 올해 안 남북정상회담을 지지한 한나라당 내 유일한 대선주자이기도 했다.
호남의 여론도 그리 나쁘지 않다. 손 전 지사 탈당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 호남에선 탈당을 찬성하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
19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찬성 46.6%, 반대 10.3%였고, 여의도리서치 조사에서도 광주는 46.6%대 7.5%, 전남은 49.4%대 10.5%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한나라당에 맞설 마땅한 후보가 드러나지 않던 차에 손 전 지사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섞여있다.
손 전 지사가 햇볕정책 계승을 강조해왔고, 그가 강조하는 ‘중도통합’의 이념과 노선이 DJ와 닮았다는 게 이 같은 여론흐름을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장애가 남아 있다. 대선주자 중 호남 출신인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뛰어넘어야 한다. 애향심이 남다른 지역정서를 감안하면 정 전 의장과의 호남쟁투는 불가피하다.
결국 누가 호남민심을 잡을지는 주자의 지지율과 비전에 달려있다. 한나라당에 맞서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후보를 호남은 선택할 것이라는 얘기다.
2002년 민주당의 호남 경선에서 부산 출신의 노무현 후보가 1위를 차지한 것도 그래서다. 범 여권 후보 선호도 1위인 손 전 지사가 지지율을 더 끌어올려 한나라당 주자들과 접전구도를 만든다면 호남이 그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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