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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의 영화로 보는 세상] 1000억 적자 ‘네 탓’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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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의 영화로 보는 세상] 1000억 적자 ‘네 탓’만

입력
2007.03.2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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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들 책임도 있다. 많게는 5억원이 넘는 출연료, 게다가 50%의 수익지분을 요구하는 감독도 있다고 하니.

사상 최다 적자(1,000억원 추산)를 기록했다는 지난해 한국영화계. 분명 스타배우와 감독의 무리한 요구에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 때문에 제작비도 올라가고, 투자자와 제작자의 몫도 줄었으니.

영화진흥위원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110편의 평균 편당 총제작비는 40억 2,000만원. 그나마 저예산영화(10억원 미만) 6편을 제외하면 48억8,000만원이다. 관객 160만명이 들어야 겨우 본전이란 얘긴데. 이 수치를 넘긴 영화가 20편도 안 된다고 하니 죽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더구나 올해 1~3월 추세를 보면 상황이 더 나쁘면 나쁘지 좋아질 기미는 없어 영화계로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이렇게 수익성이 없는데 누가 투자할 것인가.

그러니 먼저 이 적자의 주범부터 가려야 할 텐데. 그것이 ‘스타 배우와 감독’이란다. 이들이 적게 받으면 제작비도 줄고, 제작사의 수익도 높아진다고 유명 제작가도, 일부 언론도 떠든다. 이런저런 인연과 작품 성격에 따라 출연료를 적게 받는 배우(사실은 대부분의 배우들이 그렇다)를 마치 ‘장한 일’이나 한 것처럼 소개도 한다.

여기에 여론조사기관(리얼미터)까지 ‘한국영화의 위기는 스타 몸값 때문(43%)’이라고 가세하고 나섰다. 5년 전의 모습과 흡사하다, 일부 감독까지 겨냥했다는 것 말고는.

정말 그럴까. 만약 1,300만명을 기록한 <괴물> 의 봉준호 감독이 수익일부를 지분형식으로 받았다면 그게 한국영화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까. 영화를 잘 만들었는데 관객이 외면한 것일까. 영화가 된다고 하니 너도나도 달려들어 2005년보다 23편이나 더 만들어 ‘공급과잉’을 자초한 것은 누구 책임인가.

2005년보다 무려 4억2,000만원이나 오른 평균 14억 4,000만원으로 전체 제작비의 35.8%나 차지하는 마케팅비는 무죄인가.

표준제작규약을 만든다는 소리를 제작자들로부터 들은 지가 언젠데 아직도 주먹구구식으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은 괜찮은가. 한류만 믿고 한류스타 세워 대충 만들어 비싼 값에 팔다 82.8%로 곤두박질한 지난해 일본수출에서 보듯 해외시장 붕괴는 누가 책임져야 하나.

다 죽어버린 부가시장(DVD, 온라인, 방송)을 살리는 것이 영화계의 숙원이라고 말로만 떠들고 여전히 극장상영에 목 매는 것은 적자와 상관없는가. 게다가 외화보다 불리한 부율만 조정하면 관객 30만명의 효과가 있다면서.

상황이 이런데. 사실 지분은 흥행수익을 어떻게 나누느냐 하는 분배 문제이지 수익 그 자체의 문제도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밥그릇 싸움’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다시 불거져 나오는 마녀사냥식의 ‘너 탓’. 순수성도, 진정성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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