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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관 뚫어 수십억어치 빼낸 3인조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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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관 뚫어 수십억어치 빼낸 3인조 검거

입력
2007.03.2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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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무대로 기름도둑이 활개를 치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멀기만 하다. 송유관을 관리하는 ㈜대한송유관공사에 따르면 2003년 한 건도 없던 송유관 도유(盜油)사건이 2005년 3건, 지난해는 15건으로 급증했고 올들어서는 21일 현재 무려 11건에 이른다. 공사는 감시망을 강화하고 있지만 범인들은 첨단장치까지 동원해 1년 가까이 기름을 빼내는 경우도 있다.

경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1일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휘발유와 경유 등 223만여리터(시가 28억7,400여만원 상당)를 빼내 팔아 온 백모(38ㆍ울산)씨 등 송유관 유류전문절도단 3명을 붙잡았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12일까지 8개월 가까이 경북 김천시 봉산면 신리 한 유명제과회사 창고로 사용하던 건물에서 100여m 떨어진 송유관에 구멍을 뚫고 휘발유와 경유를 빼냈다. 이들은 하루 평균 2회씩 8,000리터급 탱크로리를 동원해 여기서 20여㎞ 떨어진 김천시 아포읍 농공단지 내의 한 주유소에 보관해놓고 판매했다.

이번에 붙잡힌 기름절도단은 올 들어서만 11번째이다. 앞서 12일에는 전국을 돌며 3억2,000만원어치를 훔친 절도단이 붙잡혔고, 9일에는 충북 옥천군에서도 송유계획서를 빼돌려 조직적으로 기름을 빼낸 일당도 적발됐다. 또 지난해 3월 경북 경주시 외동읍 구어리 송유관 기름 절도단은 울산-경기 성남을 연결하는 송유관에서 1년동안 무려 56억원 상당의 기름을 훔쳐 판매하기도 했다.

범인들의 수법은 갈수록 대담하고 치밀해지고 있다. 최근에 잡힌 범인들은 도유현장을 숨기기 위해 송유관 인근의 빈 건물을 임대해 커피숍이나 창고 등으로 위장한 뒤 인적이 드문 야간에 기름을 빼 냈다. 또 송유관회사 사무실을 뒤져 송유계획서를 훔치거나 수일간 압력테스트 등을 통해 유종별 송유시간을 알아냈다.

특히 송유관 회사가 송유관 내부의 압력변화를 감지해 도유 사실을 파악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송유관에 압력계까지 달아 놓고 기름을 빼 내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 때문에 송유관공사가 압력변화를 통해 범인을 적발한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유관공사측은 순찰을 강화하고 송유관이 지나는 마을마다 명예감시원을 위촉하는 한편 신고포상금제까지 도입했지만 속수무책이다. 자체 송유관만 1,000㎞가 넘는 데다 절도범들이 송유관공사 내부사정까지 꿰뚫고 있어 완벽한 감시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한송유관공사 관계자는 "얼마 전 나이지리아에서 송유관 화재로 수백명이 숨지는 사고에서 보듯이 자칫하면 송유관 기름절도는 대형사고로 연결될 수가 있고, 도유지점 토양복구비도 1곳당 5억∼10억원씩 들어간다"며 "적발되더라도 실제 형기는 집행유예나 징역 2, 3년에 불과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정광진 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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