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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얼굴 끝내 못보고…88세 변경천씨 이산상봉 7일 앞두고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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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얼굴 끝내 못보고…88세 변경천씨 이산상봉 7일 앞두고 숨져

입력
2007.03.2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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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넘게 북녘에 두고 온 자식을 그리워 하며 살아온 미수(米壽ㆍ88세)의 한 실향민 할아버지가 이산가족 상봉일을 불과 일주일 여 앞두고 숨을 거둬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고 변경천 할아버지는 20일 숨지기 전 “엊그제, 엊그제”라는 말을 몇 차례 반복했다. 영문을 몰랐던 유족들은 그 뜻이 무엇인지 적어달라고 했으나, 변 할아버지는 ‘사’자 만을 쓰고 정신을 잃은 뒤 깨어나지 못했다. 유족들은 나중에 고인의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하고서야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고인이 사망하기 며칠 전 도착한 이 메시지는 대한적십자사가 고인이 27일부터 열리는 이산가족 화상상봉 대상자로 선정됐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고인이 임종 전 쓰려고 했던 글씨는 ‘상봉’이었던 것이다.

1ㆍ4후퇴 때 고향 함남 북천에서 피난 온 고인은 이번 화상상봉에서 북녘에 두고 온 아들 명재(68), 홍재(58)씨와 딸 선옥(66)씨, 손자 석준(47)씨 등을 만날 계획이었다.

유족들은 “고인은 평소 틈만 나면 고향 마을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북녘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에 눈시울을 적셨다”면서 “그렇게 건강하셨는데, 조금만 일찍 만나게 해줬으면…”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고인의 남쪽 유족들은 이번 화상상봉에서 고인을 대신해 북녘 가족들을 만날 계획이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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