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교 3학년이 대상인 2008학년도 대입 전형의 관건은 학교생활기록부(내신)도, 논술 등 대학별 고사도 아닌 대학수학능력시험이었다.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사립대가 약속이라도 한 듯, 정시모집에서 수능 성적만으로 뽑는 인원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1일 전국 198개 4년제 대학이 낸 2008학년도 전형계획을 취합한 결과다. “수능과 학생부 성적 표기가 등급제로 바뀌는 2008학년도부터 학생부가 전형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예상은 빗나갔다. 교육부가 주요 대학에 판정패를 당한 꼴이다.
주요 대학의 수능 위주 전형이 현실화함에 따라 내년 입시 판도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수능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출신 학생들이 주요 대학에 몰려 경쟁률이 크게 뛸 전망이다.
교육부의 말만 믿고 내신에 비중을 뒀던 수험생들은 지원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대교협이 이날 발표한 ‘2008학년도 대입 전형계획’에 따르면 주요 대학들은 한결같이 내신 대신 수능 위주 전형을 택했다. 고려대의 경우 정시모집 기준으로 전체 모집인원의 31%(1,199명)를 수능 성적만으로 뽑는다.
지난해엔 이런 전형을 통한 선발인원이 단 1명도 없었다. 연세대도 수능 100% 선발비율을 작년보다 3배 이상 늘려 586명(16.8%)을 뽑는다.
성균관대 이화여대의 수능 100% 선발비율도 각각 24.2%, 22.3%였다. 신입생 5명 중 1명 이상을 수능으로만 뽑는다는 얘기다. 서울대는 5월께 수능 선발인원을 확정한다.
특목고 출신 유치를 노린 주요 사립대의 ‘내 갈길 전형’에 대해 교육부는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다수 대학들이 내신 위주 전형을 실시한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 내신을 50% 이상 반영하는 대학 비율이 지난해 18.8%에서 65.8%로 3배 이상 급증한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능 위주 전형을 2008학년도 대입의 전부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수능만으로 뽑는 인원은 전체의 5.9%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상위권 학생들이 주요 사립대에 집중 지원하는 만큼 교육부의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이사는 “입시 흐름을 주도하는 주요 대학들이 내신을 사실상 외면했는데도 교육부가 ‘일부 대학의 일’이라고 넘기는 것은 책임 회피”라고 꼬집었다.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수험생과 학교 현장에선 이미 수능 대비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 대입 전체 모집인원은 37만8,268명으로 집계됐다. 수시2학기가 전체의 49.4%인 18만6,740명으로 정시모집(17만7,390명, 46.9%)을 사상 처음 넘어섰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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