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명물 자금성(紫禁城)의 모든 것을 내년부터는 앉아서 샅샅이 볼 수 있게 된다. 중국 문화부와 미국 IBM이 합작한 '가상 자금성'의 3D 작업이 내년 초 완성되기 때문이다.
자금성은 15세기 초 명나라 때 건축된 궁정. 현존하는 중국 최대 규모의 건축물로 국가 중요보호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이 작업은 역사 기록과 문화 유산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보관, 저장하려는 대표적 문화 사업으로 국제 협력의 성공적 사례라 할 만하다.
■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이런 성공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문화 업적의 보존 측면에서 디지털은 오히려 위기를 부르는 역설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얼마 전 미국 언론들은 공립 도서관에서 문학의 고전들이 서가에서 퇴출되는 현상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나,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 등 고전물을 찾는 사람들이 없어 공공 기관들이 보관을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서관 대출이 문화행위 실태를 가늠하는 전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정보와 참고자료 검색을 갈수록 디지털에 의존하다 보니 문화의 퇴행 현상이 빚어진다는 지적이다. 누구를>
■ 이 현상을 눈 여겨 보는 사람들은 학자들 중에서도 디지털 검색으로 연구 조사 활동을 끝내 버리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고 경종을 울린다. 모든 역사 고전 자료를 디지털화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말에 불과하다.
디지털 콘텐츠의 압도적 선두를 달리는 미국만 해도 각종 역사사료와 문화 업적을 디지털화하는 데 큰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한다. 의회 도서관의 경우 1억 3,200만 개의 소장물 중 디지털화 실적은 그 10%도 안 된다는 것이다.
검색업체 구글이 의회도서관에 3,000억 원을 지원한다고 하는데도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고 한다. 예산과 노력이 집중되는 대표적 공공기관이 이 정도이니 여타 일반적인 경우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 우리나라의 디지털 자료도 만만치 않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등 웹 정보로 제공되는 고전 사료들이 계속 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일부 전문 분야나 특정 영역에서 부분적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에 불과하다.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다 보면 인터넷 작업만이 전부인 양 착각해 버리기도 십상이다. 세월이 한 참 지나고 보면, 스캐닝을 못해 디지털화 되지 않은 문화 업적은 어디서도 찾지 못하는 유실물이 될지도 모른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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