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통 르루 / 문학세계사찬밥 신세 추리소설 세계 최고 뮤지컬로
‘뮤지컬의 황제’로 불리는 영국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1948년 3월 22일 출생했다. 그가 만든 ‘오페라의 유령’은 1986년 초연 후 세계에서 약 6,000만명이 관람해 32억달러의 매출액을 올렸다. 1981년 초연 후 뮤지컬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운 ‘캣츠’도 그의 작품. 흔히 꼽는 세계 4대 뮤지컬 중 절반이 웨버의 것이다(이외 두 작품은 ‘레 미제라블’과 ‘미스 사이공’).
‘캣츠’가 엘리엇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라면, ‘오페라의 유령’은 1910년 발간된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1868~1927)의 동명 추리소설이 원작이다.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지만 흉측한 얼굴을 가면으로 가려야 하는 괴신사가 파리 오페라극장의 프리마돈나를 짝사랑한다는 내용은 전형적인 ‘미녀와 야수’의 스토리 구조다.
그때는 영국에서 코넌 도일, 프랑스에서 모리스 르블랑이 각각 탐정 셜록 홈스와 괴도 아르센 뤼팽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로 한창 지가를 올리고 있던, 추리소설의 전성기였다. 하지만 르루의 소설은 발표 당시에는 비평가들로부터 찬밥 대우를 면치 못했다는데, 웨버를 만나 사상 최고의 뮤지컬로 거듭났다.
이 책에 얽힌 기억 하나. 2000년 가을 파리 출장을 앞두고 평소 잘 아는 한 출판인을 만났더니, ‘오페라의 유령’ 불어판 원서를 한 권 구해 달라고 했다. 기자가 가져온 문고본으로 바로 번역이 이뤄졌고, 이후 뮤지컬 한국공연 등과 맞물려 이 책은 100쇄가 넘게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가끔 이 출판인을 만나면 ‘운반책’의 역할을 떠올리며 웃곤 한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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