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행장추천위원회(위원장 김인기)는 21일 박해춘 전 LG카드 사장을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확정했다. 이로써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우리금융지주(자산 249조2,000억원)의 3기 경영진은 박병원 금융지주 회장, 박해춘 은행장의 이른바 '박-박 2인 3각 체제'로 짜여지게 됐다.
이날 박 행장 내정자의 기자회견이 그의 은행장 선임을 반대해온 우리은행 노동조합의 회견장 봉쇄로 무산된 것이 상징하는 것처럼 박-박 체제의 앞길에는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즐비하다.
우선 노조 등 우리은행 내부 반발을 완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당장 노조는 회장-행장 동반 사퇴를 주장하며 26일 총파업을 선언한 상태다.
회장과 행장 모두 은행 경험이 없는 외부인사인데다, 선발 과정에서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거부감이 조직 내부에 적지 않은 상태다. 특히 박 행장 내정자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져 있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대한 위기감도 팽배하다.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행장 분리에 따른 '쌍끌이 경영체제'가 조화를 이룰지도 숙제다. 우리금융그룹은 1기 경영진인 윤병철 회장-이덕훈 행장 체제 당시 경영진 갈등으로 심한 내홍을 겪었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2기 경영진은 황영기 회장ㆍ행장 겸임 체제가 됐다.
일단 박 회장 내정자가 공직 경험을 살려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긴밀히 협조하면서 민영화 추진과 경영개선약정(MOU) 완화 등에 주력하고, 박 행장 내정자는 은행 실적 개선을 통해 민영화를 뒷받침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 내에 우리은행의 비중이 76%(자산 기준)나 되는 상황에서 회장과 행장의 영역 구분이 쉽지 않아 자칫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우리은행의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전임 황영기 행장의 공격적 경영의 결과로 우리은행은 지난해 총자산 규모에서 은행권 2위로 올라섰고, 1위 국민은행과의 격차도 24조원으로 줄였다.
하지만 올들어 1월 원화 대출금이 감소세로 돌아섰고, 지난달에는 원화 예수금이 전월보다 2조6,150억원 급감하는 등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담당 임원은 "옛 조흥은행, LG카드와의 통합을 마무리한 신한은행과 외환은행 인수 부담에서 벗어난 국민은행이 올해 본격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여 3대 은행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행 경험이 전무한 박 행장 내정자로서는 만만치 않은 과제인 셈이다.
박 회장 내정자의 '기획력'과 박 행장 내정자의 '추진력'이 과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지 여부가 '3기 우리금융그룹' 순항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박해춘 우리은행장 내정자
△1948년 충남 금산생
△대전고, 연세대 수학과
△삼성화재 마케팅담당 상무
△1998~2004년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 사장
△2004~2006년 3월 LG카드 대표이사 사장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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