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위원회가 중요한 주장을 하고 나섰다. 대학별 고사, 고교별 내신 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 등 정부의 3불(不)정책이 대학 경쟁력 확보의 암초라며 폐지를 요구한 것이다. 그 동안 이런 종류의 발언은 적지 않았다. 다만 그렇게 할 경우 우려되는 여러 문제점 때문에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는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이제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루어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일부 대학과 일부 언론 등이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의문을 제기해 왔다.
그런 의문이 우리 사회의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서 나왔다는 것도 충분히 인정된다. 대학이 생각하는 경쟁력 확보와 우리 교육의 정상화라는 가치가 상충될 때 어떤 쪽에 더 중심을 둘 것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
3불 정책은 우리 사회의 오랜 역사와 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기 어려웠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먼저, 대학별 고사의 경우 서울대를 비롯한 일부 세칭 일류대가 본고사로 학생을 뽑는다고 할 때 본고사 과외가 얼마나 극심해질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고교별 내신 등급제의 경우 얼마 전까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장을 지낸 러플린 교수의 말처럼 시골이나 썩 부자 동네가 아닌 학생은 아무리 열심히 공부했더라도 학교 출신 자체로 불이익을 당하고 들어가야 한다. 기여입학제가 좋아 보여도 대다수 대학은 오히려 희생타가 된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대학의 자율성을 일부 침해하면서까지 정부는 3불 정책을 강요했고, 사회적으로 수용됐던 것이다. 특히 3불 정책을 깰 경우 경제적 여건이 떨어지는 가정의 학생들은 여러 면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점까지 포함해 우리 사회는 어떤 식으로든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왔다. 더구나 연말 대선까지 겹친 마당이니 이 문제에 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대선 출마희망자들도 소신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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