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경제는 5% 성장을 달성하며 선방했지만 실제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그에 훨씬 못 미쳤다. 실제 소득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제성장이 양호하다고 늘 주장해왔지만, 국민들은 불경기라며 볼멘소리를 해왔던 데에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교역조건 악화로 실제 소득 썰렁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것은 실질 국민총소득(GNI) 성장률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질 GNI는 실질 GDP 성장률(5.0%)의 절반에도 미달한 2.3% 증가에 그쳤다. 실질 GNI는 물가와 교역조건 등을 감안한 국민소득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국민들의 실질적인 소득 증가를 보여준다.
지난해 물가는 안정돼 있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교역조건 악화 탓이 컸다. 기계류, 정밀기기, 반도체 및 통신기기, 컴퓨터 등 우리나라가 주로 수출하는 품목의 가격은 하락한 반면, 원유 등 우리가 해외에 주로 의존하는 원자재 가격은 급등해 실질 무역손실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국민이 같은 금액의 돈으로 살 수 있는 물품이 그만큼 줄어들어 체감경기가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이 고착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데에 심각성이 있다. 1995년 GDP 성장률이 9.2%를 기록하고 GNI 증가율이 9.5%를 나타낸 이후 11년째 GNI 성장률이 GDP 성장률을 밑도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90년대 중반이후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IT 상품은 세계적인 경쟁 격화로 가격이 떨어지는 데 비해,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인당 국민소득 1만8,000달러도 착시 효과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은 1만8,372달러로 전년 1만6,413달러보다 11.9% 증가하면서 수치상으로 2만달러 진입을 눈앞에 뒀다. 이런 추세라면 이르면 올해 2만달러대 진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달러 기준 소득이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해 환율이 연평균 6.8%나 하락한 때문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을 원화로 환산할 경우 전년 1,681만2,000원에서 지난해 1,755만5,000원으로 4.4% 증가하는데 그쳐 경제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결국 올해 2만달러 진입도 실질적인 국민소득 증가보다는 환율 변동폭에 달려있는 셈이다. 한은 이광준 경제통계국장은 "올해 경제성장률 4.4%가 달성되고, 원ㆍ달러 환율이 연평균 930원 정도를 나타내면 숫자상 2만달러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기 어려워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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