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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바보 동정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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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바보 동정은 그만

입력
2007.03.2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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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가족 문제가 심각하단다. 부부가 떨어져 살다 보니 별별 문제가 다 터진단다. 유학비 부담이 크다고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반응. '한국 공교육이 문제다.'

사교육비 부담이 너무 크단다. 어떤 집은 한 달에 420만원을 버는데 200만원 이상을 자녀들 사교육비에 쏟는단다. 그러면 또 나오는 반응. '한국 공교육이 문제다.'

한국 공교육에 문제는 있다. 그러나 생활비의 절반을 사교육비로 쓰거나 집안 형편을 살피지 않고 유학을 보낸 사람들 때문에 왜 공교육이 비난을 사야 하는가.

집집마다 사정이 다르니 해결법이야 다르겠지만 문제가 없게 해내는 것이 어른의 도리이다. 남들보다 잘 키우고 싶어서 무리한 사람들이 겪는 불편은 그들이 감내해야 한다.

한국에서 공교육에만 의존해도 공부를 충분히 할 수 있다. 명문대도 갈 수 있다. 물론 사교육의 힘을 빌리면 쉽다. 공교육만 받는 우수한 청소년보다는 사교육을 받는 어리석은 청소년이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의존적인 청년이 사회에 나와서도 계속 잘 살아갈까? 아니다.

명문대를 나와도 평생 부모에게 의존하는 화근덩어리가 될 수 있다. 그 때도 '명문대 나와도 일자리 없다'면서 한국사회를 비난하면 그만인가? 하긴 그런 논조도 벌써 등장했다.

● 뭐든지 공교육 탓해서야

공교육이 비판 받아야 할 것은 이런 것이다. 학교 시설이 낡았다. 학교 편차가 크다. 당연히 누려야 할 교육을 학교에서 익히지 못한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입네 하면서도 학교에서는 과학실험을 하지 못한다. 집기와 실험실은 갖추었지만 수업을 할 예산이 넉넉치 않아서다. 실험을 통해 익혀야 할 과학을 외워야 한다.

예체능 과목이 삶을 즐기는 방안을 익히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가를 위해 존재한다. 그러면서도 수영처럼 필수적인 체육을 공교육에서 배우지 못한다. 영어 교육의 수준이 사교육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이런 점을 비판하고 고쳐야 한다. 공교육이 잘 가르치는 과목을 남들보다 더 잘하겠다고 사교육을 받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 때문에 한국의 공교육이 비판 받을 이유는 없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사교육 대책을 세워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아니 교육부부터 사교육에 몰두하는 소수에게 대응하느라 갈팡질팡하지 말고 공교육 수준을 높이는 방안을 고심해주었으면 좋겠다.

사교육 대책을 잘 세우면 공교육 대책이 되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가령 영어 사교육이 많다는 이유로 영어 교육방송을 제안했는데 이것은 예산낭비이다. 거기 쓸 돈이 있다면 학교마다 교육방송을 수업에 활용하는 시설을 제대로 갖춰주는 것이 낫다. 교육방송이 하는 과목별 수업은 시골 벽지에서도 국내 최고의 교육을 가능하게 해준다.

● 수능 중시는 현실에서 나온 것

특목고를 내신 위주로 선발하게 하려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대학 입시에서 특목고나 일부 지역 학생들이 강세인 것을 막기 위해 수능을 무시하는 경향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대학 입시에서 내신을 강화하면 지역편차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처럼 고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과목수가 많아서는 내신성적이 곧바로 학습능력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지 못한다. 대학이 교육부의 눈총을 무릅쓰고 수능 중심으로 가려는 것도 학습능력과 가장 많이 연관되기 때문일 것이다.

내신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수능을 등급으로만 판별하는 제도는 죽도 밥도 아니다. 1등급의 꼴찌와 2등급의 첫째가 받는 대접이 크게 차이 난다면 시험으로서 존재이유가 무엇일까. 과거의 예비고사처럼 입시 응시자격을 제한하는 시험으로 활용할 것이 아니라면 수능시험은 표준점수제로 돌아가야 한다.

사교육에 돈 쓰고 싶은 사람은 돈을 쓰게 하라. 그것은 교육부 탓이 아니다. 학교 교육이 빼어나지 못하다면 교육부 책임이다. 빼어난 공교육을 교육부는 고민해주기 바란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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