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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여성 정치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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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여성 정치인들

입력
2007.03.20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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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총리가 취임 10개월 만에 국회의원으로 복귀했다. 그의 총리 취임과 퇴임을 보면 "3월은 사자처럼 찾아왔다가 어린 양처럼 떠나간다"는 말이 생각난다.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라고 요란하더니, 대통령 탈당이라는 정치논리에 맥없이 밀려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것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당과 청와대 간 가교역할을 했고, 상생의 정치와 조정자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했다는 것이다. 그는 단지 여성 총리라는 이유만으로도 더 재임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지우기 힘들다.

▦ 그는 지금까지 가장 높은 '유리천장'을 깬 여성 정치인이다. 그가 다음의 유리천장, 즉 대통령직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 그와 함께 여권에서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여성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다. 이 두 여성은 근래 한국일보가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범여권의 3, 4위 대선 주자로 꼽힌 바 있다. 최고의 유리천장을 깨려는 여성은 야권에도 있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의원과 민주노동당의 심상정 의원이다. 박 의원은 잘 알려져 있으나, 이미 당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심 의원의 유명도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 1983년 서울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한 뒤 노동운동에 투신해온 심 의원은 노동자적 안목으로 현실과 이론을 꿰뚫어 보고 있다. 그는 "정권교체가 아니라 부자의 시대에서 서민의 시대로 시대교체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민주주의 시대'를 내세우는 그는 다른 여성 주자들과는 구별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짜 좌파 진영에서도 여성 대권 주자가 등장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 올해에는 프랑스에서도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사회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세골렌 루아얄은 전통가치 수호와 개혁의 이미지를 동시에 풍기면서 높은 지지도를 얻고 있다. 미국 여성의 정계활동도 괄목할 만하다.

낸시 펠로시 첫 여성 하원의장이 탄생했으며, 내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첫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될 가능성도 있다. 4~5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과 프랑스, 미국에서 여성의 대통령 출마는 꿈꾸기 어려웠다. 세상은 빨리 변하고 있다. 올 한해 이 여성들의 행보를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박래부 논설위원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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