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TV '거짓말 상자'로 나가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TV '거짓말 상자'로 나가나

입력
2007.03.20 23:36
0 0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신신애의 노래 <세상은 요지경> 처럼 TV에 가짜가 판친다. 급기야 조작과 왜곡시비가 끊이지 않고, 시청자를 속이는 것을 컨셉트로 한 ‘페이크’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재미를 위해 케이블은 물론 지상파 TV 교양프로그램까지 시청자를 버젓이 속인다. TV의 거짓말과 조작, 이래도 되나.

거짓말하는 TV

커플 만들기 프로그램 m.net <아찔한 소개팅> 은 일부 출연자들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제작진이 의도한 각본대로 촬영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고, 거리에서 취한 여성들에게 장기자랑을 시키는 코미디TV <알콜제로> 는 제작진이 에이전시를 통해 미리 출연자들을 뽑아 비난을 받았다.

지상파 교양프로그램도 거짓말을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경제습관을 고쳐주는 SBS <잘 살아보세> 는 최근 한 가정의 사연을 왜곡해 가족들로부터 항의를 받았고, MBC <생방송 오늘 아침> 은 조작된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조작은 아니지만 시청자를 속이는 이른바 ‘페이크(fake)’ 프로그램들도 있다. tvN <현장르포 스캔들> 은 남녀의 실제 불륜현장을 급습한 것 같은 영상을 보여주지만 사실은 재연이고, SBS <야심만만> 은 예고편에서 개그맨 지상렬이 가수 장윤정과 교제사실을 밝히는 듯한 예고편을 내보낸 뒤, 본 방송에서 지상렬의 장난이라는 것을 밝혀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최근에는 탤런트 최여진이 행인으로부터 성형수술 여부를 추궁당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은 한 화장품 회사의 페이크CF도 있었다.

선정성 경쟁을 위해

한 방송관계자는 “케이블 TV의 해외 리얼리티쇼 등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어지간한 내용에는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다 보니 조작에 대한 유혹을 느낀다”고 말했다.

SBS 이 오는 4월 폐지되고, <야심만만> 이 곧 컨셉트를 바꾸는 등 기존 오락 프로그램이 더 이상 시청자들에게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더욱 선정적인 내용을 담기 위해 속임수를 선택하는 것이다.

<아찔한 소개팅> 은 남녀 출연자들의 상식에 벗어난 언행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일으켰고, <현장르포 스캔들> 은 남녀의 불륜을 파헤친다.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를 만들어내고, 허구를 실화로 조작하거나, 진짜인 것처럼 속여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방송윤리의 실종

시청자에게 내용의 진위여부마저 속이는 조작이나 페이크 방송은 당연히 비윤리적이며 방송의 기본인 공익성과 공공성조차 망각한 짓이다. 사실에 대한 왜곡과 조작은 엄연한 범법행위이기도 하다. 조작된 사실이라는 것을 밝히는 페이크 프로그램 역시 윤리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페이크 프로그램이 조작 사실을 밝히기 전까지는 시청자들이 그것을 현실로 믿기 때문에 잠시나마 시청자를 속이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장르포 스캔들> 은 방송되는 소재들이 실화를 바탕에 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시청자들은 그 진위여부를 알 수 없다.

문화평론가 이명석씨는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리얼리티 쇼는 전세계적인 흐름이다. 그러나 실제 상황을 통해 극적인 재미를 주기 위해서는 상당한 연출력이 필요하다.

조작 방송과 페이크 프로그램은 그것이 불가능해지자 제작진들이 가짜를 가지고 실제상황의 재미를 얻으려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앞으로는 완성도 있는 리얼리티 쇼에 정면 도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